[Oh!쎈 초점] '고등래퍼'는 어쩌다 '일진래퍼'가 됐나
OSEN 엄동진 기자
발행 2017.02.24 13: 22

 폭력적인 '디스'와 여성 비하적 가사들이 난무하는 힙합 프로그램을 보는 기성 래퍼들이 하는 얘기가 꼭 있다. "모든 힙합이 저렇게 거칠고 저질스럽지는 않다." 맞다. 내가 아는 힙합 뮤지션들 대부분은 따듯한 감성의 소유자다. 음주가무 좋아하고 이성교제도 쉴새없지만,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주며 사는 뮤지션은 별로 못봤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힙합 음악을 하는 뮤지션에 대한 인식은 최하다. '센척하는 양아치'로 표현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범죄자'와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몇년간 엠넷 '쇼미더머니'의 인기를 타고 힙합 뮤지션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그와 정비례해 '밉상'으로 낙인 찍혀 욕도 배부르게 먹고 있다.  
힙합 대중화의 일등공신은 '쇼미더머니'였다. 그리고 그 역할을 '고등래퍼'가 이어받았다. 힙합 전도사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부작용도 존재한다. 일부 참가자의 인성 문제가 방송을 타면서 엄청난 이슈를 끌었고, 그 이슈는 결국 힙합신 전체의 인식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로 제작진의 고충이 있다. 많고 많은 출연자들의 사생활을 일일이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인 참가자의 사전 검증이 부족했다면, 수습이라도 빨라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수습은 역시 하차다. 제작진에게는 가장 어렵고 힘든 결단이다. 그래도 '고등래퍼'는 가장 잘 나가는 참가자를 내려보낸 바 있다.
논란은 또 불거졌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등래퍼'란 프로의 특성상 반듯한 모범생들이 몰려들지는 않을테니까. 제작진은 양홍원의 과거 일진 행적에 대해 사실상 인정했다. 반성을 했으니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한다. 일부 시청자는 "왜 하차시키지 않냐"고 언성을 높이고 있다. 과거의 잘못은 절대 씻기지 않는다는 보수적 완고함이 느껴진다. 제작진이 이같은 여론에 굴복하면 현대판 '주홍글씨'나 다름없다.  
이런 태도는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 일단 잘못을 했으면 매를 맞는게 먼저다. 그리고 나서 용서를 구하면 이를 받아들이고 바른 길로 이끄는 게 순서다. 아직 고등학생이고 미성년자인데 한 순간의 잘못을 갖고 낙인을 찍는 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 
엠넷의 힙합 프로그램들이 힙합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누구보다 좋은 성과를 얻은 것도 인정할 대목이다. 힙합 예능 안하겠다던 래퍼들도 이제는 서로 먼저 하려고 달려든다. 이제 대세가 됐고, 흐름은 꽤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인기와 맞물려 래퍼들의 자괴감도 커질 것이다. "힙합이 다 저렇게 저질은 아니다"라는 한숨도 계속될 것이다. 힙합의 대중화를 위해 놓치고 간 부분들이 있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가면서 전진할 때다. 고등학생 나오는 프로그램에 '일진래퍼' 비아냥이 웬 말이냐. 이런 갈등들은 엠넷이 계속 보완하고 가다듬어야할 대목이다. / kjseven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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