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한화, 비야누에바 영입 '전화위복 스토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2.25 05: 53

한화 구단이 '특급 외인 투수 2명' 약속을 지켰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구단에 "15승급 외인 투수 2명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1~2군 선수단 운영 전권을 내놓는 과정에서 김신연 사장에게 내건 조건이기도 했다. 4개월 여가 흐른 지금, 한화 구단은 아낌없는 투자와 정성을 들여 메이저리그 출신 거물 외인 투수 2명 영입을 완료했다. 알렉시 오간도(34)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그 주인공들이다. 
한화는 지난달 10일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오간도를 영입한 뒤 남은 한 자리를 찾아 오랜 시간을 헤맸다. 당초 한화는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물색했다. 그 정도는 되어야 KBO리그에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왕이면 선발진에 부족한 좌완 투수에 초점을 맞췄고, 유력 후보와 계약 마무리 단계까지 갔다. 캠프가 막 시작된 2월 초순의 일이었다. 

그러나 한화 스카우트 담당자가 정식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사이 미국 출신의 이 좌완 투수가 돌연 마음을 바꿨다. 아내가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가족 문제를 이유로 들었는데 속사정은 달랐다. KBO리그 출신의 외인선수들에게서 관련 정보를 얻은 뒤 미국 잔류로 급선회한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화는 다시 외인 후보를 필터링했다. 한화 관계자는 "그 선수뿐만 아니라 FA 미계약 선수들의 추이도 계속해서 지켜봤다. 캠프가 다가오는 중에도 계약이 안 된 선수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덕 피스터, 팀 린스컴, 제이크 피비처럼 메이저리그를 한때 호령한 투수들도 있었지만 과거 명성보다는 내실과 현실성에 초점을 맞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비야누에바였다. 좌완은 아니지만 최근 10년간 밀워키 토론토 컵스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에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했고, 선발투수 경험이 있으며 안정된 제구력을 갖췄다는 3가지 영입 기준에 부합하는 선수였다. 
한화 박종훈 단장은 "비야누에바는 너무 좋은 선수라 과연 계약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여러 조건을 조율한 끝에 계약에 성공했다. 이 선수를 잡기 위해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는가 보다"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금전적으로 150만 달러는 비야누에바에게도 좋은 조건이었다. 지난해 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50만 달러 연봉을 받았다. 한화 구단은 과감한 투자로 비야누에바의 요구 조건을 충족했다. 
다음은 도전 정신과 팀 환경을 어필했다. 외인 실무를 담당한 한화 스카우트 관계자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설득했다. 선발로 충분히 기회를 얻을 것이라 이야기했다"며 "마침 우리 팀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선수가 2명이나 있다. 오간도·로사리오와도 아는 사이이고,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어필했다. 로사리오는 직접 통화를 해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한화 구단은 야구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성향도 봤다. 한화 관계자는 "비야누에바는 교육을 잘 받은 선수다. 얼굴도 잘 생겼고, 성격도 남자답다. 선수들 사이에서 리더십도 있다고 들었다"며 "공이 빠르지 않아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 젊은 투수들에게 그런 노하우를 전수하는 롤모델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야누에바는 나이가 30대 중반이지만, 영입 직전까지 갔던 좌완 투수보다 급이 훨씬 높다. 어떻게 보면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다. 박종훈 단장은 "그 선수도 수준급 투수였지만 자신의 미래에 걸려있는 결정을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었다"며 "감독님이 좋은 투수 2명을 잡아달라고 사장님께 요청했고, 구단은 그에 맞춰 최선을 다했다.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다"고 기뻐했다.
한화는 올 겨울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에 따라 외부 FA 시장에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 대신 외인 영입에 사활을 걸었고, 15승을 기대할 수 있는 특급 투수 2명으로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약속대로 최대한의 지원을 했다. 이제 공은 오간도-비야누에바를 활용할 현장으로 넘어갔다. /waw@osen.co.kr
[사진] 비야누에바(위)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종훈 단장(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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