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동영상] 오승환-시그리스트, '한국에서 유명해지는 법'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5 06: 10

 세인트루이스의 스프링캠프인 플로리다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 훈련장.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은 팀내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실력만큼 대우를 받고, 동료들과 친화력도 좋기 때문이다.
오승환과 친한 대표적인 선수는 케빈 시그리스트(28). 같은 불펜 투수에다 지난해 종종 야구장 밖에서 식사도 같이 했다. 캠프 훈련 도중에도 이따금 수다를 떨며 딴짓(?)을 하기도 한다.

대화를 들어보면 거친 표현들이 오가지만, 사나이들의 애정 표현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훈련 중간에 오승환이 잠시 펜스에 기대 다른 투수의 수비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그리스트가 다가오더니 "승환, 왜 펜스에 기대고 자빠져 있느냐, 훈련 안 할 거면 저리 가라"고 툭 던진다. 오승환의 대답. "내 훈련은 끝났거든. 안그래도 좀 보다가 저쪽으로 갈 거야." 그러고는 서로 킥킥 웃는다.
시그리스트는 오승환에게 WBC 대표로 언제 한국 가는지를 물었다. 빨리 가라는 투다. 오승환은 2월 26일 시범경기에 던지고 간다고 알려준다. 이때 오승환이 순간적으로 "26, january(1월)"라고 말했다가 "26, february(2월)"로 재빨리 다시 말해줬다. 그러자 시그리스트는 "뭐 january라고? 그랬다면 너는 지금 여기 없어. 너는 누구냐"라고 깔깔 웃으며 말꼬리 잡고 늘어진다.
한참 웃던 시그리스트는 " february(2월)을 한국말로 뭐라고 하냐"고 물었다. 오승환은 "2월"이라고 말해주고, 1~12월을 다 불러줬다. 손가락을 접으며 숫자를 "일, 이, 삼, 사, 오(자신의 성 '오'와 발음이 같다며)~구, 십"을 알려줬다. 이때 평소 '돌부처'로 야구장에서는 미소 조차 잘 보여주지 않는 오승환은 시그리스트 상대로 재미있는 장난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시그리스트는 오승환에게 고민같지도 않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나를 잘 알고 있으려나, (많이 알게끔)도와달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오승환은 "시그리스트, 한국 여성팬들이 너를 많이 좋아한다"고 치켜세워줬다.
카메라를 보고 한 마디 하면 팬이 늘어날거라고 하자, 시그리스트는 우리말로 "안녕" 한 마디만 한 채 "나쁜 말도 많이 알고 있는데, 차마 카메라에다 말 못 한다"고 웃었다.
한편, 캠프 초반 왼쪽 어깨의 경미한 통증으로 훈련 스케줄이 늦었던 시그리스트는 지난 23일에서야 첫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25개의 공을 던졌다. 시그리스트는 "모든 것이 좋다. 직구와 체인지업을 모두 던졌다. 감은 괜찮다. 어깨도 전혀 아프지 않다"며 "빨리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주피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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