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라이브] '11년을 돌아온' SK 남윤성 "20대는 전쟁이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2.25 13: 00

 2006시즌 두산의 1차 지명을 거절하고 미국에 도전했다. 그리곤 KBO리그에 돌아오기까지 무려 11년이 지났다. SK의 늦깎이 신인 투수 남윤성(30)의 이야기다.
2006년 무작정 베낭을 메고 구단을 찾아가 테스트를 받고 텍사스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꿈에 도전했던 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다 2011년 더블A에서 어깨 수술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12년 귀국 후 힘든 시기였다. 야구의 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좋은 치유책은 시간이었다. 그는 "지나간 선택에 후회는 없다. 얻은 것도 있었다"며 "지금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다. (시련은)일상적인 것에 고마움을 깨닫게 해줬다"고 단단한 내면을 보여줬다. 1군에서 뛰게 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차근차근 몸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 여름 그는 1군 마운드에 오를 것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스프링캠프가 오랜만일 것 같다. 몇 년 만인가. 어떤 느낌인가.
"2011년 텍사스 마이너리그에서 마지막이었고 6년 만이다. 야구 선수나 운동 선수로 회복되는 느낌이랄까. 그 동안 팀이 없어서 일반인이 야구를 계속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몸과 마음가짐이 확실히 야구 선수로 회복되고 있다.  
(SK 적응은 어떤가?) 선수단 분위기는 아주 좋다. 나이도 어느 정도 있어서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신경 써주고, 형들하고 나이 터울이 많지 않아서 조언도 구하고, 친해지고 있다.
(동기로는 누가 있나?) 투수는 문광은. 야수쪽으로 이재원, 김성현, 이명기, 최승준, 김재현까지 많다. 동기들이 많아서 좋다. 야구 이외에는 크게 생각할 것 없이 편하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도 갔을 텐데, 그 때와는 어떻게 다른가.
"당시는 팀에 합류한지 두 달 정도 돼 따라가기 바빴다. 내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도 몰랐고, '지금 내 상태가 이 정도구나', '뒤쳐져 있구나' 하며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지금 많이 따라왔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너무 오래 쉬어서..."
-공백기에도 계속 야구 끈을 이어갔는데, 얼마나 쉬었나.
"미국에서 2011년까지 뛰고, 2012년 초에 팀에서 나왔다. 한국에 온 뒤 2012년 고양 원더스에서 1년간 뛰고, 군대를 갔다. 2013년 7월 소집돼서 2015년 7월까지 공익 근무 요원으로 지냈다. 제대 후 혼자서 운동하면서,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서 좀 쉬기도 하고, 그리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 나왔다."
-혼자 주로 어떻게 운동했나. 쉽지 않을 텐데.
"초등학교 때 감독님이 서울고 감독님으로 계신다. 서울고에서 훈련하기도 하고, 10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친한 트레이너 형의 피트니스에서 운동하는 식이었다. 집이 김포인데 지하철 타고 오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뭐가 제일 힘들었는지.
"제 자신을 알아가는 시기였다. 내가 어떤 상황이고, 내 몸을 어떻게 운동해야 하고, 어떤 동기 부여를 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처음 진지하게 생각했다. 미국으로 갈 때는 무작정 '가서 성공할거야' 생각했다.
다치고, 방출되고, 좌절을 겪어보니깐 제일 힘든 것이 뭐를 해야 할지, 어떻게 운동해야 하고, 마음을 어떻게 다잡을지. 목표가 없어져버리면서 몸도 다치고, 마음도 지치고. 그런 시간을 보냈다. 무기력한 시간..."
남윤성은 2006년 입단 테스트를 통해 텍사스 마이너리그에 들어갔다. 2007년 루키 시즌, 2008년 숏 시즌, 2009년 로우 싱글, 2010년 하이 싱글 그리고 2011년 더블A로 올라갔지만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을 하다 2012년 방출됐다.
-2005년 고교 3학년 때 2006시즌 신인드래프트의 1차 지명을 거부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나.
"외롭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후회는 안 했다. 잘 왔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국에서 지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미국으로 갔기에 지금까지 알고 지내는 사람도 많이 얻었다.
2005년 3학년 때 KBO 드래프트를 거부했다. 2006년 3월에 미국 애리조나로 테스트 받으러 가다가 LA에서 아버지와 목욕탕을 갔다. 배낭 메고 무작정 가는 길이었다. 무모했다. 그때 딱 한 번 '괜히 왔나' 생각했다."
-어쩌면, 선택을 달리 했다면 2006년 KBO리그에 데뷔 했을 것이다. 11년이 지난 올해 KBO 선수가 된다.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남아 있으리라 본다. 지난 11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20대를 보낸 시기였는데.
"내 20대는 전쟁 같았다. 매일 전쟁처럼, 워낙 많은 일이 있어서, 생각할 겨를 없이 10년이 지나간 것 같다. 지금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지낸다. 소중하고 감사한 일들을 이전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야구를 하고 땀 흘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몰랐다. 이제는 그걸 알게 됐다.
돌고 돌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야구를 아예 못 할 수도 있는 상황도 있었다. 다시 야구를 하게 돼, 이렇게 프로 선수가 되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마음은 결과에 덜 연연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캠프에서 스스로 어떤 계획을 잡고 있나. 올 해 잘 될 경우를 예상하면.
"지금 상태라면 날씨가 따뜻해지는 5~6월이면 몸 상태가 많이 좋아질 것 같다. 예전에 건강했을 때 좋았던 감각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아프지 않았을 때는 경기를 잘한 편이었다. 제대로 몸이 만들어지면 자신감도 생길 것이다.
목표는 길게 보지도, 짧게 보지도 않는다. 6월 정도에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1군에 올라오면 안 내려가도록 해야죠."
-왼손 투수로서 장점이 있으니까. 지금 구속이 얼마나 나오나.
"얼마나 나오는지는 모르겠다. 제일 마지막으로 구속을 확인한 것은 138km. 작년 가을 미국 교육리그였다. 140m 중반까지 올려야 1군에서 승부가 될 것으로 본다."
-투구 스타일은 어떤 편인가.
"구속이 빠르든 느리든 싸우는 스타일이다. 부딪혀서 싸우는 스타일. 압도적으로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지만,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도망가지는 않는다. 마이너리그에서 이닝 수보다 삼진 수가 많았다. 변화구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진다. 슬라이더는 아직 연습하고 있다."
-SK에 입단해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팀에게, 팬에게 기억 속에 많이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지 않아도, 저 선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걸었던 선수, 환경이나 상황이 어떻더라도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당연히 실력으로 팀, 동료, 팬들에게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야구를 그만두는 순간까지 내가 생각한 목표는 그렇다.
마음이야 국가대표도 한번 해보고 싶고, 팀에서 손 안에 드는 선발 투수가 되고 싶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그렇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SK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한다면.
"만나는 것이 기대되고 설렌다. 많이 노력해서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과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팬들에게 가장 큰 힘을 드리는 것일 거다. 열심히 준비 잘 할테니 응원 많이 해주세요. 사진이나 사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응원 많이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orange@osen.co.kr
[사진] 베로비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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