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보다 첫 경기’ 김인식호 초점은 '이스라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2.25 06: 4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같은 국제대회는 기간이 짧다. 조별 라운드에서의 결과에 따라 일찍 짐을 쌀 수도 있다. 144경기의 KBO리그 정규시즌과 같이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없다. 국제대회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노장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WBC 조별 라운드 첫 경기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설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첫 경기의 결과가 대회 전체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첫 번째 경기는 대부분 승리를 했고, 그 여세를 몰아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09년 WBC 대회 일본과의 조별 라운드 첫 번째 경기가 예외적인 경우다. 일본에 2-14의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한 뒤 대표팀은 각성해서 준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지난 2013년 WBC에서는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다크호스였던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면서 대표팀 흐름 자체가 꼬였다. 이후 2승을 거뒀지만 조별라운드의 득점과 실점을 계산하는 TQB(팀 퀄리티 밸런스)에서 뒤지면서 2승1패를 거두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앞선 대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김인식 감독은 1라운드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기에 김인식 감독은 일찌감치 현재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장원준을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로 일찌감치 낙점했다. 장원준은 지난 19일 오키나와에서 열린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34구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를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에이스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장원준이다.
김인식 감독은 24일 대표팀 훈련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첫 경기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만 정했다. 장원준이다”고 발표했다. “첫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얘기와 함께 에이스에 일찌감치 출격 대기를 명했다. 네덜란드, 대만 등 호락호락한 상대가 없지만, 첫 경기부터 에이스를 투입해 1라운드의 흐름을 좋게 이어간다는 의미다.
또한 김 감독은 “실점을 적게 주는 경기를 해야 한다”면서 지난 2013년 대회 첫 경기의 패착을 상기시키는 말도 더했다. 1라운드는 65개의 투구수 제한이 있기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장원준은 25일 쿠바와의 첫 경기에도 선발 등판하는데, 일찌감치 이스라엘 1차전에 장원준의 리듬을 맞춰주려는 포석이다.
이스라엘과의 경기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현재 대표팀에서 이스라엘 전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된 것도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본토 출신 선수 대신 유대계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김인식 감독도 끊임없이 전력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김 감독은 “아직 이스라엘의 전력이 파악이 되지 않는다. 개개인들에 대한 파악은 가능하지만, 팀으로서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오승환이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과 같이 2월 메이저리그 소속팀 캠프가 끝난 뒤 3월부터 메이저리거들이 소집된다. 김인식 감독은 “메이저 선수들이 모두 합류하고 난 뒤의 경기를 보는 것이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본래의 전력을 파악하기 힘든 이유다.
이스라엘의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투수 제이슨 마키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올렸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예선 라운드에서 2경기를 담당하며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다만, 마퀴가 실제로 한국전에 나설 지도 미지수다. 그 외에 아이크 데이비스, 라이언 라반웨이, 존 악셀로드, 크레익 브레슬로우 등의 메이저리거들이 모두 합류한 이스라엘 대표팀은 현재 상상에서만 그려진 상태다.
이스라엘에 온 신경이 곤두 선 상황에서 2라운드 진출 시 만날 ‘숙적’ 일본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김인식 감독은 “일본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1라운드 통과가 목표이기 때문에, 1라운드 첫 경기부터 매경기 전력을 다할 것이다”고 말하며 오로지 첫 경기 승리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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