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투구’ 오설리반, 패스트볼 위력 기대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25 06: 00

넥센의 새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30)이 실전 투구에 들어갔다. 첫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긍정적인 대목도 찾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선수 자신도 정규시즌에 맞춰 착실히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설리반은 24일 일본 오키나와현 요미탄 구장에서 열린 주니치 2군과의 연습경기에 2회 등판, 1이닝 동안 안타 4개를 맞으며 4실점했다. 다만 동료 앤디 밴헤켄의 말대로 다소간 운이 없었던 경기이기도 했다. 외야수의 실책성 플레이로 첫 출발이 꼬였고, 내야안타와 빗맞은 안타까지 나오며 실점이 불어났다. 장정석 넥센 감독도 “아무래도 긴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감쌌다.
마운드 적응도 쉽지 않았다. 딱딱한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익숙한 오설리반으로서는 발을 내딛을 때마다 푹푹 파이는 일본 마운드를 연신 쳐다봐야 했다. 디딤발이 위치하는 부근을 계속 ‘청소’할 정도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역시 이날 투구를 한 밴헤켄은 “마운드 상태가 한국과는 달랐다. 괜찮은 피칭이었는데 운이 없었다”고 총평했다. 때문에 이날은 결과보다는 내용에 더 주목할 만한 경기였다. 세부 내용을 살피면 눈에 띄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33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최고 구속은 149㎞까지 나왔다. 패스트볼 구속만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장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구속이 많이 나왔다. 농담 삼아 ‘살살 던지라’는 말을 했을 정도”라고 했다. 오설리반은 이날 포심패스트볼과 싱커성 움직임을 가진 컷패스트볼의 코너워크를 실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며 감각을 조율했다.
오설리반의 지난해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마일(146.5㎞) 안팎이다. 그런데 벌써 최고 구속이 150㎞에 육박했다. “마음을 먹고 던지면 150㎞는 충분히 나온다”는 넥센 관계자들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이날 오설리반의 투구를 보기 위해 총 4개 팀의 전력분석원들이 모였는데, “패스트볼의 위력이 있다. 움직임이 괜찮다”는 분위기였다. 투구폼이 아주 지저분하지는 않지만 빠른 딜리버리에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설리반은 MLB에서 강속구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대신 땅볼 유도가 많은 유형의 선수였다.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 계통의 공이 그 바탕에 있다. 이 위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이닝이터로서의 가능성이 열린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KBO 리그에서 성공한 외인 선수들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구속이 받쳐주는 패스트볼과 변형 패스트볼의 조합을 가진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몸 상태는 좋다. 오설리반은 이날 투구 후 “몸 컨디션은 좋았다. 팔도 좋았고 투구수도 좀 됐다. 이런 마운드에서 던져본 적이 없어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포심과 커터 위주로 투구를 했다.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에 넣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경기를 했다”라면서 “결과보다는 컨디션과 느낌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프링 트레이닝은 조금씩 준비하는 과정이다.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처음 투구한 날 구속이 나와서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다. 본의 아니게 퀵모션으로 많이 던진 점도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오설리반은 올해 넥센의 개막전 선발 후보로 거론된다. MLB에서 꾸준히 선발 자원으로 뛰며 13승(23패)을 거둔 오설리반은 올해도 MLB에서 뛰었다면 7승을 거둘 수 있다는 예상(ZiPS 기준)을 받기도 한다. 넥센 외국인 선수 역사상 최고 몸값(110만 달러)을 자랑하는 오설리반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상태로 시즌 개막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키나와(일본)=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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