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평가전] 여독 풀린 쿠바, 아마 최강의 매서움 과시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2.26 17: 46

20시간의 여독이 어느 정도 풀린 쿠바 대표팀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쿠바 대표팀은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과의 평가전 두 번째 경기에서 6-7로 역전패 했다. 그러나 끝까지 승부를 진땀나게 만드는 등 1차전과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쿠바 대표팀은 일찌감치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WBC 대회를 준비했다. 결승 라운드 진출 전까지는 일본 도쿄에서 조별 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쿠바 입장에서는 일찌감치 아시아 지역에서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귀국하는 과정 자체가 매끄럽지 않았다. 선수단 전체가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기로 예정된 전날(25일) 새벽 6시에서야 한국땅을 밟았다. 항공편을 제때 구하지 못하면서 20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했다. 결국 전날 쿠바는 경기 전 훈련을 생략했고 가벼운 스트레칭만 한 뒤 경기에 나섰다. 20시간의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쿠바는 수비에서 3개의 실책을 범했고, 투수진 역시 제 컨디션이 아닌 듯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전날 경기 후 쿠바 카를로스 마르티 감독도 “힘든 면이 없지 않았다. 비행 시간이 20시간이라 선수들이 쉬지 못했다”면서 여독이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음을 전했다.
그러나 마르티 감독은 “내일 평가전은 휴식을 취하고 잘 치를 것 같다”며 정상 컨디션 회복을 노렸다. 이날 쿠바는 경기 전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경기에 임했다. 몸이 전날과 달리 한결 가벼웠다.
타선은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 전날 경기 후반부터 타격감을 찾은 쿠바 타선은 초반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돌리며 한국 선발 양현종을 압박했다. 1회 2사 2,3루 기회가 무산됐지만 3회 선두타자 요울키스 세스페데스가 3루타로 득점 기회를 잡았고 로엘 산토스가 적시타를 때려내 선취점을 뽑았다. 이후에 요르단 만둘레이의 희생번트에 이어 알프레드 데스파이그네가 다시 한 번 적시타를 뽑아내 2-0으로 앞서 나갔다. 한국이 추격하던 6회말에는 유리스벨 가르시아가 볼넷으로 출루하고 과감하게 2루도 훔쳤다. 득점 기회를 잡은 쿠바는 프랑 모레혼이 적시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블라디미르 바노스 역시 1회초 서건창, 허경민, 김태균을 상대로 3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등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바노스는 5회초 2사 1루에서 이용규에 적시 2루타를 맞아 1실점 했지만 4⅔/이닝 동안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치고 내려갔다.
전날 어수선한 수비력을 선보인 수비진 역시 이날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우왕좌왕 하지 않고 견고하게 팀을 지탱했다. 눈에 띄는 실책들은 보이지 않았고, 콜 플레이와 중계 플레이 깔끔했다. 7회초 무사 1,2루에서 한국 대타 양의지의 깊은 타구를 유격수 만둘레이가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냈다. 이후 2루 송구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 타구를 외야로 빠뜨리지 않았다. 만둘레이는 수비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해 경기에서 빠졌다.
쿠바 대표팀은 계투진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7회 대거 6실점했다. 경기는 뒤집어졌다. 하지만 역전을 당해도 쿠바의 화력은 전날 경기와 달랐다.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듯 했지만 쿠바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4-7로 뒤진 9회 윌리 사베드라의 적시 3루타와 그라시알의 적시 2루타 등으로 6-7까지 바짝 추격했다.
쿠바 벤치는 마지막까지 대타를 내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전날의 무기력하고 어수선했던 쿠바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최강이라는 칭호에 맞게 끝까지 한국을 물고 늘어지면서 최고의 스파링파트너가 됐다. /jhrae@osen.co.kr
[사진] 고척=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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