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천후 오키나와, 이상적 전지훈련지는 옛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2.27 06: 22

한·일 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지로 각광받았던 일본 오키나와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해가 갈수록 날씨가 나빠지는 추세라 각 팀의 고민이 크다. 과장을 조금 보태 하늘만 쳐다보는 팀도 있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는 연중 온화한 날씨로 알려진 대표적 휴양지다. 일찌감치 일본 스포츠 구단들이 이곳을 전지훈련지로 개척한 덕에 야구장 인프라도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일본 프로야구단 1·2군이 대거 이곳에 몰려있고 한국프로야구 구단도 6개 팀(KIA·한화·삼성·SK·넥센·롯데)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LG 2군까지 합치면 올해 7개 팀이 오키나와를 찾았다. 야구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오키나와는 2월에도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곤 했다. 한국으로 치면 완연한 봄 날씨와 따가운 햇살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프로야구단 관계자들은 “매년 더 추워지고,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오키나와만한 여건이 드물기는 하지만 날씨의 이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날씨 문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고 짚었다.

오랜 기간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한 일본의 반응도 비슷하다. 주니치 관계자는 이런 물음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오키나와 최북단인 나고 구장을 쓰는 니혼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선수단 내에 독감이 돌아 구단도 선수들의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니혼햄은 최근에는 1차 전지훈련을 미국 애리조나에서 한다.
한국 구단들이 오키나와를 전지훈련지로 선호하는 것은 날씨 외에도 연습경기를 치르기 편해서다. 시범경기와 시즌을 앞두고 실전을 치러야 하는데 한·일 팀들이 대거 둥지를 튼 오키나와는 스파링 파트너를 구하기 쉽다. 예전에는 일본 팀들이 한국 팀들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연습경기를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일본 팀들에게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장점이다.
그러나 올해처럼 날씨가 좋지 않으면 이런 장점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 지역은 22일부터 매일 비가 오고 있어 연습경기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 당장 23일 한화와 니혼햄전이 취소됐고, 25일에는 삼성과 한화와의 경기가 강우콜드로 끝나기도 했다. 26일 에는 보기 드문 비바람이 몰아쳤다. 롯데와 한화와의 경기는 아침 일찍 취소가 결정됐고, 각 구단들은 실내 훈련 및 간단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나마 실내연습장이 있는 SK나 삼성과 같은 팀들은 사정이 낫다. 실내에서 간단한 타격 훈련 및 불펜 피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시설이 열악한 구장을 쓰거나, 아예 홈구장이 없는 팀들은 시설을 빌리지 못할 경우 정상적인 훈련이 안 된다. 가뜩이나 훈련량이 많은 한화는 비라도 오면 구단 직원들이 타 구단 훈련 상황을 알아보는 게 일이 됐다. 홈구장이 없는 넥센과 롯데는 최악의 상황에는 숙소에만 있어야 한다.
이에 미국 애리조나를 대안으로 여기는 지도자들도 많다. 훈련하기 최적의 여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MLB 팀들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되는 2월 중순부터 경기장을 비워줘야 한다는 점이다. 연습경기를 잡기도 마땅치 않다.
때문에 몇몇 감독들과 단장은 “전지훈련 일정도 짧아지지 않았나. 장기적인 시선에서 KBO 구단 전체와 현지가 협조해 경기장과 숙소를 마련하고, KBO 팀 상당수가 스프링캠프를 애리조나에서 치르면 연습경기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구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른바 ‘애리조나 리그’다. 그러나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는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오키나와가 가치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앞으로도 오키나와 지역의 날씨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 같지 않다. 27일에도 소나기를 비롯한 비 예보가 있고, 1일에는 다시 비가 내릴 전망이다. 그 후로도 계속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그리고 막판에는 다시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올해는 시범경기 일정도 축소돼 연습경기 진행 여부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졌다. 각 구단들로서는 최대한 많은 연습경기가 진행되길 하늘에 비는 방법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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