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 부담으로’ 날아간 현대건설의 PO티켓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12 19: 06

여유로움과 절실함의 맞대결. 절실함이 부담으로 바뀌는 순간, 패배로 이어졌다.
현대건설은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GS칼텍스와 최종전을 세트 스코어 1-3으로 내줬다. 현대건설은 이날 패배로 ‘봄 배구’가 물거품이 됐다. 일찌감치 봄 배구와 멀어진 GS칼텍스가 갈 길 바쁜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의 면전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다.
‘유종의 미’로 따지면 양 팀 모두에게 똑같이 중요한 경기. 그러나 순위표를 살펴보면 무게감은 현대건설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현대건설은 이날 경기 전까지 14승15패, 승점 41점으로 4위에 처져있었다. 3위 KGC인삼공사는 15승15패, 승점 44점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현대건설에게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다. 만일 현대건설이 이날 경기서 승점 3점을 가져간다면 세트 득실율서 KGC인삼공사에 앞서기 때문에 3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승리, 그것도 풀세트 경우의 수를 지워야 하는 완승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도 이 점을 가장 우려했다. 경기 전 만난 양 감독은 “부담을 가진다고 이기는 것도, 안 가진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라며 “선수들에게 웃으면서 즐기자고 주문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취재진이 “결과와 상관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건가”라고 되묻자 그는 “당연히 승리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너무 연연해서 몸이 경직되면 우리 플레이를 못하게 된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부담을 내려놓는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GS칼텍스를 상대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팀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GS칼텍스만 만나면 펄펄 날며 감을 되찾았다. 양철호 감독의 주문은 이러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경기는 양 감독의 바람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흘러갔다. GS칼텍스 선수단은 장충체육관을 찾은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단추를 깔끔히 꿰고자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 1세트 디그 성공률 90.6%가 이를 증명했다. 결국 GS칼텍스는 1세트를 25-20으로 가져갔다.
첫 세트를 빼앗긴 현대건설은 한 세트만 더 내준다면 PO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물러날 데 없는 현대건설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이는 GS칼텍스도 마찬가지였다. 시소게임이 이어지면서 현대건설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 경기 전 양철호 감독이 주문했던 긍정의 힘도 부담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알렉사가 세트를 매듭지지 못하며 현대건설이 2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이날 장충체육관을 찾은 약 200명 정도의 현대건설 원정팬들은 24-22 세트 포인트 상황에서 모두 일어나 응원을 하며 힘을 보탰다.
운명의 3세트. 현대건설은 3세트 초반 기선을 내줬지만 16-18, 두 점차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이후 GS칼텍스가 여섯 점을 따내는 동안 현대건설은 두 점에 그치며 스코어 18-24로 현대건설이 구석에 몰렸다. 결국 알렉사의 오픈 공격으로 GS칼텍스가 3세트를 25-18로 승리했다. 현대건설의 봄 배구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3세트 중반, 황연주,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답답함을 표하는 장면도 수차례 포착됐다. 양철호 감독의 주문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한순간에 목적을 잃은 현대건설 선수들은 4세트 시작과 동시에 석 점을 내주는 등 집중력이 흔들리며 무너졌다. 결국 현대건설은 이렇다 할 반격조차 못하고 4세트마저 16-25으로 내줬다. 흔히 야구를 ‘멘털 게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라면 야구‘만이’ 멘털 게임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장충=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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