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프리즌' 교도소=현실? 씁쓸한 우리 사회의 단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15 09: 53

 이달 23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감독 나현)은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완전범죄의 구역으로 탈바꿈하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프리즌’은 밤이 되면 죄수들이 밖으로 나가 범죄를 저지르는 교도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교도소의 실세이자 왕인 정익호(한석규 분)를 중심으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 분), 익호의 넘버2 홍표(조재윤 분), 교도소 비리소장(정웅인 분), 익호를 노리는 창길(신성록 분)이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력 다툼을 하는 범죄 액션 영화이다.
소외된 인간의 전형인 수감자이자 폭력 조직인 주인공 익호와 유건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메마른 사회의 다양한 단면들을 풍자한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긴다.

교도소라는 곳은 그 사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했다는 나현 감독은 ‘프리즌’의 배경을 각종 부정부패가 드러나고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1995~1996년으로 설정했다. 당시 우리 사회가 비극적 상황을 잉태하고 있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지탱해주었던 전통적인 규범과 윤리의식이 빛바래간 것이다.
범죄자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교화하는 시설이라고 믿었던 교도소를 알리바이가 보장되고, 죄를 덮어주는 완전범죄 구역으로 만들었는데, 뿌리째 흔들리는 윤리의식과 도덕불감증, 배신으로 무너져가는 사회의 한 단면을 드러내며 총체적 위기를 되뇌게 하는 처참함을 안긴다.
인간적 삶의 바탕이 됐던 정신적 가치가 물질적 가치에 압도당하면서 황폐한 인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갈수록 도덕과 덕목은 사라지고, 물질적이고 찰나적인 기쁨을 추구하는 가치규범이 판치는 세상이 돼버렸다. ‘프리즌’이 현실을 기반으로 가상의 세계를 그렸지만, 진짜 우리네 삶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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