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손현주가 연극배우 프로필 40장씩 갖고 다니는 사연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3.16 13: 59

 배우 손현주의 휴대전화에는 후배 연극배우 약 40명의 프로필이 들어 있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해 일일이 캡처해 저장한 모습이다. 소속사 없이 오디션 정보도 스스로 얻기 어려운 후배들을 위해 나선 것. 그 역시 90년대 어렵게 배역을 하나하나 따냈던 기억이 있어서다. 그 악착같음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는 손현주가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23일 개봉)과 관련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가운데, 촬영 비하인드부터 연기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했다.
손현주는 1991년 KBS 1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하기 전 극단 생활을 했다. 80년대 후반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다니던 중 입단해 학업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설명. 그는 "어느 극단에 가서 어떻게 연극을 할 것이냐가 가장 큰 화두였다"며 "극단들을 전전하며 돌아다녔고 그게 다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방송가에 입문하게 됐을 때에는 지금처럼 체계가 잡혀 있던 때가 아니었다고 한다. 방송국 앞에는 새벽 3시 사극 팀, 새벽 6시 현대극 팀 버스 차량이 있었고 무작정 버스에 올라타서 배역을 따냈다고.
지금은 드라마 '장밋빛 인생'(2005), '솔약국집 아들들'(2009), '추격자 THE CHASER'(2012) 등과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숨바꼭질'(2013), '악의 연대기'(2015) 등에 출연하며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됐지만, 데뷔 초에 존재감 없이 "야"나 "어이"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90년 초반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하면 방송에서 살아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방송에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방송국 앞에 서 있는 버스에 무조건 올라타는 거다. 나중에 내리게 되면 알게 되는 거고. 또 사람이라는 게 아무 것도 안 시키지는 않더라. 한 역할을 하게 되면 그때 당시 야외비 3만 원을 준다. 모이면 소주 값이 된다. 방송국이 몇 년 동안은 놀이터같은 곳이었다. 그게 굳은살이 된 것 같다."
심지어 '2주짜리'라는 이름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배역을 어렵게 따내고 2주 후면 잘릴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었다는 것. "2주짜리가 지금까지 잘 왔다"며 사람 좋게 웃어보인 그이지만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었을까.
"방송 초기에 힘들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은 배워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배역에 2주라는 표현이 있다. 갑자기 배역에서 잘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다. 주연이라기보다는 큰 역할을 맡게 된 지도 그렇게 먼 세월이 아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거의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고 여기까지 온 거다. 2주짜리가 지금까지 잘 왔다."
"지금까지 연기를 잘한다고 불리며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았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있지 못했을 거다. 저 같은 경우도 잘리지 않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했다.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한 신 한 신 맡았다. 앞으로라고 변하겠나. 악착같이 죽을 힘을 다해서 연기할 거다."
끝으로 인터뷰를 정리하기 전 그는 취재진을 향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후배 연극배우들의 프로필을 보여줬다. 약 30~40명의 사람이 저장돼 있었고, 선배의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후배들은 쓰임을 받으면 좋고 시청자나 관객은 새로운 사람을 봐서 좋고 감독은 연기 잘하는 사람을 만나서 좋고 서로서로 좋은 것 아니냐. 앞으로도 오디션 볼 수 있는 건 알려주면서 계속 할 거다. 이건 제 소속사 사람과 상관없이 늘 해왔던 일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플래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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