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의 선수 폭행설, 윌킨슨의 농담을 과장 보도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3.17 10: 01

호주 언론이 농담을 과장해서 보도했다.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이 전북 현대 코치 시절 선수를 때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매체 '폭스스포츠'는 "알렉스 윌킨슨이 조성환 감독이 전북 선수들을 훈련 중에 때렸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윌킨슨은 전북에서 뛰던 시절 조성환 감독이 선수들을 때리는 걸 지켜봤다. 윌킨슨은 "우리가 5대2로 공돌리기를 하고 있을 때 조성환 감독이 선수들을 살피곤 했다"며 "조성환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뛰어서 두 발로 선수를 찼다"고 밝혔다.

윌킨슨은 조성환 감독의 그러한 행동에 대해 "내가 처음 전북에 왔을 때 그는 세 번째 코치였다"며 "아마도 세 번째 코치가 되는 바람에 팀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수도 있다"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윌킨슨의 기억이다. 윌킨슨은 조성환 감독이 전북의 세 번째 코치였다고 했지만, 당시 조성환 감독은 수석 코치였다. 나이순으로는 세 번째가 맞지만 팀을 이끄는 권한은 감독이 아닌 이상 차이가 없다. 또한 조성환 감독은 유스팀을 2011년까지만 지도했다. 윌킨슨은 2012년 7월 전북에 합류했다.
폭행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윌킨슨은 조성환 감독이 선수를 폭행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조성환 감독이 그러한 행동을 하기 전의 맥락이 중요하다. 당시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조성환 감독에게 발을 차인 선수의 표정과 태도는 어땠는지, 그리고 둘의 관계는 어땠는지 말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정형돈은 동료들을 뛰어서 두 발로 차곤 했다. 우리는 정형돈의 이런 행동이 장난이라는 걸 안다. 정형돈과 동료들의 관계, 그리고 예능의 특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정보가 전혀 없다면 정형돈이 사람을 발로 폭행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오해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윌킨슨이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밝힌 시점은 전북에 합류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조성환 감독에 대한 정보, 동료들에 대한 정보, 그리고 조성환 감독과 동료들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윌킨슨이 폭행으로 본 행동이 장난일 가능성이 있는 걸 배제할 순 없다.
한 관계자는 "옛날이 아니다. 요즘 프로에서 선수를 때리면 소문이 금세 퍼진다. 평판이 안 좋아지는 건 당연하고, 선수들이 폭행을 하는 인물이 있는 팀에 가려 하지 않는다. 전북은 코치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막무가내로 당하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조성환 감독의 평판도 좋은 편이다. 다른 관계자는 "조성환 감독은 깍듯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아랫사람에게도 함부로 말을 놓지 않고 존칭을 사용한다. 사람이 매우 좋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영생고 시절 지도를 받은 권경원(톈진 취안젠)은 한국에 올 때마다 제주로 조성환 감독을 찾아간다. 조성환 감독에게서 맞았다면 더 이상 관계가 없는 요즘도 찾아갈까?"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또한 당시 전북의 상황을 떠올리면 폭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때의 전북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베테랑 선수들이 많았다. 골키퍼였던 최은성(현 전북 코치)은 조성환 감독보다 1살밖에 어리지 않고, 김상식, 이동국, 정성훈과 같은 존재감이 뛰어난 선수들도 즐비했다. 그들이 조성환 감독의 폭행을 묵인하고 있었을까?
모든 것이 짐작이다. 그래서 조성환 감독의 말을 들어봤다.
조 감독은 "외신 보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2012년의 일인데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상황이 없다. 만약 때렸다면 코치를 그만 둘 생각까지 하지 않았을까 싶다. 불과 몇 년 전이다. SNS도 있을 때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듣기 위해 조성환 감독은 윌킨슨과 연락을 취했다. 윌킨슨의 대답은 '폭스스포츠'의 보도와 차이가 있었다.
윌킨슨은 조성환 감독에게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농담이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이야기다. 단지 조성환 감독이 훈련에 참여할 때 가끔 세게 태클을 하곤 했다라는 농담을 했다. 재밌는 이야기여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고 전했다.
이어 "단지 농담이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웃었다. 진지한 말이 아니었다.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단지 농담이었고, 그것이 전부다. (해당 보도가) 많이 과장 됐다고 생각한다"며 "정말로 조성환 감독을 좋아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내게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고 덧붙였다.
윌킨슨의 연락에 조성환 감독도 마음을 놓게 됐다. 지난 16일 늦은 밤 호주에서 도착하자마자 이야기를 듣고 고민한 조성환 감독이다. 그는 "밤새 고민을 했다. 가족들도 상처를 받았다.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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