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승부’, 유명무실한 히든카드 꼭 필요할까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7.03.18 06: 49

 KBS 2TV ‘노래싸움 승부’(이하 승부)의 재미는 가수가 아닌 다양한 직군의 출연자가 진심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스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의 대결에 프로가 등장하는 순간 승부는 무의미해진다.
지난 17일 오후 방송된 ‘승부’에서는 11차 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11차전에는 배우와 희극인 그리고 성우와 전직 국가대표까지 다채로운 직업군이 노래대결에 나섰다. 황석정은 앞선 두 차례 출연에 이어 불꽃 같은 노래와 춤을 보여줬고, 이세진 역시도 개그맨의 이미지를 벗고 노래하는 모습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히든카드인 KCM과 이혁의 대결로 앞선 대결들이 조금은 김이 빠져 버렸다. KCM과 이혁의 압도적인 실력 때문이다. 두 사람은 고음으로 유명한 임창정의 ‘내가 저지른 사랑’을 한 키 높여서 부르면서 진정 프로다운 면모를 뽐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화음은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최정상급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대결이 걸려있기에 가수들은 성심성의껏 노래를 한다. 그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히든카드들과 원래 경연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승부보다는 노래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무대였던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경연으로 흘러가 버린다. 그런 문제는 더블히든카드가 성사됐을 경우에 더욱 자주 발생한다. 가수와의 대결에서 가수가 아닌 사람이 이길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필연적으로 히든카드에는 히든카드로 맞서는 것이 공식처럼 돼버렸고, 히든카드는 더는 숨겨진 카드가 아니게 됐다.
물론 KCM과 권혁수의 대결처럼 가수가 아닌 출연자가 승부에서 이기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수가 아닌 출연자들의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하거나 히든카드 제도가 아닌 다른 규칙을 개발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몰입을 위해서 필요해 보인다. /pps2014@osen.co.kr
[사진] '승부'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