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손현주 "악착같이 살았던 30년..이젠 몸 관리 잘할게요"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3.20 08: 58

 “유쾌하게 ‘이 배역을 해보실래요?’라고 제안하는 시대가 온 것도 얼마 되지 않았어요. 라인업이 잡혔다가 안 되기도 했다가 됐다 그런 식이었죠.”
배우 손현주의 연기에는 굳은살이 박여 있다. 이름대신 ‘야’나 ‘어이’로 불리고, 배역이 2주만에 사라진다고 해서 ‘2주짜리’라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악착같이 버텼고 여전히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는 23일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개봉을 앞두고 손현주를 만나 30년 연기사를 들어봤다.
30년 전 손현주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재학하며 극단에 처음 입문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연기를 배울 수 있는 학교가 몇 없었다고. 그는 그때야 말로 치열하게 배웠던 단계라고 회상했다. 졸업하기 전부터 극단 생활을 시작했고, 어떤 극단에 들어가서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이냐가 가장 큰 화두였다. 손현주에게 1980년대란 연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극단’을 생각했던 시대, 그게 그런 줄 알고 했던 때였다.

“대학 시절이요? 존재감이 없었죠. 그냥 연극을 배우는 학생이었죠. 요즘에는 대학마다 연극영화과가 많잖아요? 당시에는 학교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중대, 한대, 동대, 청주대, 경성대, 서울예대 그 정도 있었죠. 그때야 말로 치열하게 배우는 단계였어요. 그래서 학교보다는 졸업하기 전부터 극단 생활을 시작했고 착실한 학생이었어요. 하하. 방송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극단과 연극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극단 생활에 이어 험난한 방송 생활이 시작됐다. 지금이야 손현주를 일컬어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릴러 장인’으로 부르고 있지만, 데뷔 초 방송국에서 그의 이름은 그냥 ‘야’ 혹은 ‘어이’였다고 한다. 그래도 당시를 회상하며 고생스러웠다는 표현을 직접 하지 않은 까닭은 배움에 그저 감사했던 시기였기 때문. 굳은살을 키울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단다.
“만약 방송 처음에 들어와서 저한테 아마 큰 역을 줬거나 큰 배역을 줬다면 못했을 거예요. 저한테는 굳은살을 키워준 감독들에게 감사하죠. 90년 초반부터 방송을 시작했는데 존재감 없이 손현주보다는 ‘야’나 ‘어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방송에서 살아남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KBS 별관에 버스가 있는 것 같은데 새벽 3시 출발하는 팀은 사극 팀이고 6시에 출발하는 팀은 현대극 팀이에요. 그때는 무조건 올라타는 거죠. 나중에 내리게 되면 알게 되는 거고요. 또 사람이라는 게 아무 것도 안 시키지는 않습니다. 한 역할을 하게 되면 그때 당시 야외비 3만 원을 줘요. 모이면 소주 값이 또 돼요.(웃음) 방송국이 몇 년 동안은 놀이터 같은 곳이었어요.”
“모든 배역에 또 2주라는 표현이 있었거든요. 언제 정리가 될지 모르는 거예요. 뺀다, 잘린다,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지금처럼 유쾌하게 ‘이 배역 한 번 해볼까요?’라는 시대가 온 것도 얼마 되지 않았죠. 주연이라기보다는 큰 역할을 맡은 지도 그렇게 먼 세월이 아니에요. 2주짜리가 지금까지 참 잘 왔네요.”
그런 악착같음이 그를 지금까지 이끌고 또 구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잘리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한 신에 몰입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4년 갑상선암과 관련된 수술을 받았다. 그를 스릴러 킹으로 만든 영화 중 하나인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 촬영 중이었다. 당시 그는 오히려 촬영이 지연돼서 스태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건강을 뒤로 할 만큼 여전히 악착같이 살고 있는 그를 향해 팬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그는 이제 건강을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저도 몸 관리 잘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이번 ‘보통사람’ 후에는 어떤 작품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그건 확실해지면 말씀 드리겠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드라마 쪽으로 하다가 충무로로 온 건데 다시 드라마로 대중에게 돌아가겠습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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