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꼴찌 후보?" kt, 작년과 다른 돌풍 이유 셋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20 05: 55

"한 번은 져야 하는데 자꾸 이기네". 
창단 후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kt가 시범경기에서 색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시범경기 첫째 주 6경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5승1무를 기록, 단독 1위에 오른 것이다. kt 김진욱 감독은 "시범경기이기 때문에 때로는 박살 나는 경기도 필요한데 선수들이 너무 잘한다. 경기를 지질 않는다"며 행복에 겨운 비명이다. 
kt는 지난 겨울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김진욱 감독으로 선장을 바꿨지만 유력한 꼴찌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몰라보게 바뀐 팀 분위기와 경기력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t는 지난해에도 10승5패1무로 시범경기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경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지난해와 확연히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감이 부풀어 오른다. 

▲ 안정된 선발 마운드
시범경기 6게임에서 kt의 팀 평균자책점은 2.50으로 NC와 공동 1위다. 지난해 시범경기에도 평균자채점 3.87로 2위였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지난 2년간 kt가 가장 고생한 선발진의 투구가 질적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시범경기에도 트래비스 밴와트, 요한 피노, 슈가레이 마리몬, 정대현, 엄상백, 정대현으로 이어진 선발진이 9승4패 평균자책점 4.12로 괜찮았다. 
하지만 올해 돈 로치, 정대현, 라이언 피어밴드, 주권, 고영표로 이어진 선발진이 6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50으로 짠물 투구를 하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은 지난해 선발진이 3.43개였지만 올해 선발진은 1.50개로 안정감의 수준이 다르다. 김진욱 감독은 "선발들이 볼 개수는 다 채워지지 않았는데 예정된 이닝을 넘어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 할 상황이 많다. 뒤에 대기 중인 투수들이 밀려 투수코치들의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특히 새로 영입한 로치가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며 11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64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로치는 좌타자 바깥쪽, 우타자 몸쪽 투심 컨트롤이 좋다. 그 공을 건드리면 전부 내야 땅볼이다. 커브도 잘 꺾이고, 볼에 힘도 있어서 까다로운 투수"며 "고영표도 지난해보다 많이 좋아졌고, 엄상백이나 김재윤처럼 뒤에 나오는 투수들도 좋더라"고 부러워했다. 김진욱 감독은 "투수들이 다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개막 엔트리 짜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 줄어든 홈런 의존도
지난해 시범경기에서도 kt의 화력은 대단했다. 16경기에서 홈런 23개를 터뜨리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러나 팀 타율은 7위(.267)였고, 경기당 평균 득점은 5위(4.9점)로 평균 수준이었다. 김사연(6개) 김상현(5개) 문상철(4개)이 대포 군단을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시즌 들어가선 팀 홈런 116개로 리그 최하위. 불확실성 가득한 홈런은 시범경기에 큰 의미가 없었다. 
올해 시범경기에도 kt는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홈런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첫 5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도 터지지 않다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진영과 정현이 2개의 홈런을 쳤을 뿐이다. 홈런 2개뿐이지만 69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며 팀 타율 2위(.314)에 올라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도 1위(7.3점)에 빛난다. 효율적인 팀 배팅, 찬스를 살리는 집중력이 돋보인다. 
시범경기 첫 날이었던 14일 대구 삼성전에선 무려 4개의 희생플라이를 쳤는데 지난 2년간 한 번도 없었던 기록이다. 김진욱 감독은 "홈런은 없어도 타구의 질이 좋아졌고,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들이 풀어나가는 능력이 빠른 시간에 생겼다. 터무니 없는 삼진도 많이 줄었다. 과정이 긍정적이다"고 만족했다. 
▲ 무실책 그물망 수비
지난 2년간 kt가 신생팀으로서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은 역시 수비였다. 2015년 118개, 2016년 130개로 2년 연속 리그 최다 실책으로 자멸했다. 그런데 올해 시범경기에선 6게임 동안 실책이 하나도 없다. 10개 구단 중 유일한 무실책팀. 지난해 시범경기에선 16게임에 실책 11개로 3번째 많았다. 빈틈이 많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내외야 모두 그물망 수비다.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kt에 합류한 김용국 수비코치는 "선수들이 알아서 수비를 잘한다. 생각보다 뛰어나 내가 이야기할 게 별로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외야에서 3루수로 전환한 김사연이 기대이상으로 잘한다. 내야 경험이 있어서인지 기본기와 여유가 있다. 1루수 조니 모넬도 포구나 볼 핸들링이 좋다"며 "외야에선 홍현빈이 발도 빠르고, 송구 강감각이 좋다. 중견수뿐만 아니라 좌익수와 우익수까지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8일 한화전 3회 1사 1·2루 위기에서 주자 2명을 모두 런다운으로 잡아낼 때 3루수 김사연의 1루 주자와 2루 주자를 모두 체크하며 몰아간 플레이, 5회 좌익수 홍현빈이 김주현의 좌측 깊숙한 안타에 3루 송구 또는 유격수 중계플레이 대신 2루로 다이렉트 송구하며 타자 주자를 잡아낸 장면은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세밀한 수비였다. 김진욱 감독은 "작년 시범경기 2위를 할 때와 지금은 그 내용이 다르다.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과정은 올해가 더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시범경기 승패야 큰 의미 두지 않지만 준비하는 과정에 젊은 선수들의 움직임이 좋게 바뀌어 긍정적이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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