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투' 한화 서균, "감독님 방 문을 두드린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3.20 13: 00

"이제 밥 좀 먹을까 하면 누가 문을 두드리더라". 
지난달 한화 스프링캠프가 치러진 일본 오키나와에서 있었던 일이다. 밤마다 김성근 감독의 호텔방 문을 두드린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4년차 사이드암 투수 서균(25)이었다. 3년차 좌완이자 후배인 김범수와 함께 김 감독의 방을 찾아 지도를 부탁했다. 
김 감독은 "호텔에서 투수들을 단체로 가르친 뒤 샤워하고 이제 밥 좀 먹을까 하면 누가 문을 두드렸다. 그게 김범수와 서균이었다. 둘이 또 섀도우 피칭 가르치면 10시30분이 되곤 했다"며 "서균은 그만큼 열심히 했다. 재미 있는 선수다. 지금처럼 하면 팀에 사이드암이 없기 때문에 1군에서 쓸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 결과가 시범경기에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16일 대전 넥센전에서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러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잠시나마 올랐다. 두 번째 등판인 19일 대전 kt전에서도 서균은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첫 경기 호투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서균은 캠프에서 김 감독과 함께한 밤을 떠올리며 "훈련이 끝나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범수랑 같이 '폼 좀 봐주세요'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렸다. 그때 감독님께서 지금 폼으로 바꿔줬다. 바꾼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나한테 딱 맞는 폼"이라고 말했다. 
서균은 키킹 이후 잠시 멈추는 동작이 한 번 있다. 그 후 빠르게 팔이 넘어온다. 김 감독은 "폼을 바꾼 후 좋아졌다. 힘을 모았다 한 번에 빠르게 넘어가는 동작인데 공을 감추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서균도 "원래는 멈춤 동작이 없었다. 투구 밸런스뿐만 아니라 타자 타이밍 뺏기에도 좋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서균은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선수다. 청원고-원광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4년 2차 8라운드 전체 84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데뷔 첫 해부터 스프링캠프에 합류, 김응룡 당시 감독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1군 등판 기회는 없었다. 그해 9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서 팬들은 거의 기억을 못한다. 
서균은 그 당시를 떠올리며 "빨리 군대를 해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입대했다. 특수학교에서 공익근무를 했는데 오후 5시 퇴근한 뒤 운동을 열심히 했다"며 "작년 9월 제대해서 곧장 교육리그에 갈 수 있었다. 마무리캠프 도중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당했지만, 스프링캠프에서는 아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화 정민태 투수코치는 서균을 두고 "불펜보다 실전 마운드에 서면 더 좋은 투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균은 "실제로 타자가 서있을 때 포인트가 잘 잡힌다. 마운드에 올라가도 긴장이 되지 않는다"며 "변화구는 싱커가 가장 자신있다. 원래부터 던지던 공인데 정민태 코치님이 알려주신 방법으로 던지니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최고 140km, 평균 130km대 후반 구속도 사이드암 투수인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서균은 "올 시즌 꾸준히 1군에서 팀에 도움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말했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김성근 감독의 방문을 두드린 용기와 절실함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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