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이스' 백성현, 장혁한테 뺨맞고도 감사한 사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3.24 15: 16

OCN '보이스'는 안방을 떠났지만 이 작품이 남긴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와 극의 진한 여운은 여전하다. 장혁과 김재욱의 피튀기는 연기 대결부터 이하나가 안방에 던진 정의의 메시지. 그리고 초반부터 범인으로 시청자들에게 오해(?) 받았던 백성현도 '보이스'로 인생작을 경신했다. 
그에게 '보이스'는 장혁이라는 든든한 배우를 만나게 해 준 작품이자 어디가서도 자랑할 수 있는 필모그래피로 남았다. 아직도 '보이스 범인 백성현', '심대식 빨대' 등의 키워드가 연관검색어로 남아 있는 게 좋다는 천상 배우다. 백성현과 '보이스'와 관련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혁은 존경하는 형님, 김재욱은 완벽한 모태구"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보이스'에서 백성현은 무진혁(장혁 분)과 호형호제 하는 형사 심대식으로 분했다. 심대식은 아버지 때문에 뜻하지 않는 살인까지 저질러 악인들에게 '빨대'로 꽂혀 있던 형사였다. 무진혁의 뒤통수를 칠 수밖에 없었던 심대식을 백성현은 납득이 가도록 잘 소화했다. 
"범인한테만 범인이라고 알려주는 마피아 게임처럼 전 초반부터 모태구(김재욱 분)의 공범인 걸 알았어요. 장혁 형이 '후반부에서 나 범인이지롱' 하면 안 된다고 어느 정도 사람들이 알게끔 해야 한다 했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저를 의심하시더라고요. 재밌었죠."
무진혁과 심대식이 가까운 사이인 만큼 백성현도 장혁과 붙는 신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같은 소속사인 둘이지만 이번 '보이스' 덕에 완전한 제 편을 찾았다고. 백성현은 장혁을 두고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존경스러운 형이라며 '혁바라기'임을 자처했다. 
"현장에서도 사적으로도 존경하는 형님이에요. 15회에 뺨 맞는 신도 장혁 형이 감독님과 상의해서 추억이 깃든 할매집에서 찍자고 했고 따귀도 제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연달아 3대를 때렸어요. 저한테는 가장 중요한 신이니까 감사했죠. 덕분에 잘 그려진 것 같고요."
모태구와 맞붙는 신도 안방에 엄청난 긴장감을 선사했다. 15~16회는 모태구에게 당하는 심대식과 그를 지키려는 무진혁-강권주(이하나 분)의 대립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신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백성현은 모태구를 연기한 김재욱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몸서리쳤다. 
"김재욱 형이 모태구로서 완벽하게 눈 앞에 서 있어서 촬영 자체가 어렵진 않았어요. 추웠는데 그걸 느낄 겨를도 없었죠. 대식의 마지막 신이라고 생각해서 집중했거든요. '지옥에서 보자', '살려주세요' 다 순간 나왔던 감정들의 애드리브에요. 실제로 살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죠. 김재욱 형요? 종방연 때 같이 술마시는데 무섭더라고요. '죽여줄까?' 이래서 '살려주세요' 그랬죠 뭐(웃음)."
◆"잔인하다고? 현장에선 더 리얼했어요"
쫄깃한 긴장감을 더하는 스토리로 '보이스'는 매회 화제를 모았다. 중반부터는 시청률 5%를 넘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와 비례하게 잔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잠시 '보이스'는 15세에서 19세 등급으로 수정됐다. 
"현장에서는 더 리얼랬어요. 이게 안방에 더 표현되길 바랐는데 아쉬웠죠. 중간에 드라마가 힘이 빠졌다기보다는 19세로 등급이 조정되고 시간대가 잠시 변경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 게 아쉽다면 아쉬워요. 시청률이 탁 치고 올라갈 포인트였는데. 그래도 15~16회가 잘 나와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돼 만족스럽답니다."
그럼에도 '보이스'는 웰메이드 장르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올 줄 몰랐다는 백성현으로서는 시청자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 그는 '보이스'의 인기 비결로 김홍선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구멍 하나 없는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을 꼽았다. 본인은 한 발 물러선 겸손한 배우다. 
"1회 시사회 때 팬들이랑 같이 봤는데 반응이 살벌하더라고요. 무진혁이 복림이(전수진 분)를 구출할 땐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졌고요. 감독님과 배우들 덕분이죠. 오연아, 전수진, 이주승, 이용녀, 김준배 등 범인과 피해자를 연기한 분들이 손님이 아닌 내 작품처럼 임해주셔서 '보이스'가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백성현은 '보이스'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들어 있어서 행복하다며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 웃었다. 막판에 캐스팅 된데다 심대식이 이 정도의 분량을 가진 캐릭터도 아니었는데 좋은 감독, 배우들, 작가와 스태프들을 만나 멋진 작품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는 미소였다. 
"잘 돼서 포장하는 게 아니라 '보이스' 촬영장에는 역대 최고의 분위기가 가득했어요. 작품을 위해서 모든 사람들의 열정이 넘쳤났거든요. 거지 같은 곳만 다니느라 힘들어도 누구 하나 내색하지 않았을 정도로요. 장혁 형이 종방연 때 '너 잘했다'고 칭찬해줬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감독님과 장혁 형을 만난 건 엄청난 복인 것 같아요." /comet568@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OC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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