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한석규 "'8월의 크리스마스', '일 포스티노' 같은 영화됐으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1 10: 00

 (인터뷰②에 이어) 어둠의 자식 정익호(한석규 분)와 똘끼 가득한 형사 송유건(김래원 분)이 벌이는 엇박자 브로맨스 ‘프리즌’에서 한석규와 김래원은 연륜의 제값을 톡톡히 보여준다. 두 배우의 연기는 묵직하고 깊으며, 세심한 결과 풍부한 향이 일품이라 씹을수록 훌륭하다.
단단한 배우들을 공들여 놓은 나현 감독의 공도 크다. 그는 배우에게서 가장 자연스럽고, 동시에 가장 무섭고 음흉한 얼굴을 끄집어내는 데 성공했다. 나현 감독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에 힘을 실어주고, 관객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개연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그는 교도소를 소재로 한 작품과 전문 서적, 다큐멘터리 등 많은 자료들을 통해 교도소 안의 규율부터 재소자들의 환경,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자료를 섭렵했다. 무엇보다 ‘프리즌’의 배경이자 또 다른 주인공인 교도소가 더욱 살아 숨쉴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한석규는 “영화를 보니 나현 감독이 익호 캐릭터에 얼마나 애정이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한 인물을 만들 때 나와 전혀 다른 것에 접근하지 않으려고 한다. 더불어 이제는 어떤 인물을 만들고 나를 거기에 넣으려고도 하지도 않는다”며 “(극중)인물이 갖고 있는 특징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노력한다. 익호의 악도 나에게서 찾았다. 그 악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했던 모든 연기 인물은 나였다”고 시나리오 접근법을 덧붙였다.
한석규는 동전의 양면에 따라 선과 악을 넘나드는 절정의 연기력을 펼쳤다. 선하고 부드러운 캐릭터의 이미지에서 180도 벗어난 거칠고 강인한 악한 연기를 마음껏 선보였다. 그의 내공 있는 연기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1993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시작으로 1997년 제18회 청룡영화상 남자주연상을, 같은 해제35회 대종상영화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개봉하고 2년 후인 2000년 제37회 대종상 영화제 인기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제3회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표창을, 지난해에는 SAF 연기대상 대상과 10대스타상 등을 받았다. 데뷔 26년 동안 올린 성과이자 쾌거이다.
“영화가 드라마만큼 대사가 많지 않다. TV 같은 경우는 외워가지 않으면 현장 촬영이 불가능한데, 영화는 굳이 외우지 않아도 그 날 아침에 리허설을 하면서 외워질 정도로 외울 게 많지 않다. 하지만 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왜 이 대사를 하는지’ ‘왜 말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연기자들끼리 대사를 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말은 중요하되 어떻게 보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뭔가를 나타내기 위해 혀를 굴려서 내는 소리일 뿐이지 어떻게 보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한 장면에 접근할 때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한석규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프리즌'에서 제대로 발광하는 정익호를 보면서 관객들은 그가 연기의 산을 또 하나 넘었음을 확인할 것 같다. 알게 모르게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놓은 것이다. 그는 질펀한 농담을 늘어놓다가도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극을 장악한다.
“사실 지금껏 했던 작품들 중에 ‘8월의 크리스마스’가 가장 점수가 높다. 80점 정도이다. 성적으로 따지면 ‘우’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다. 제 기준에 점수가 가장 높은 영화는 ‘일 포스티노’인데 나에게 있어서 역대급 영화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도 내게 ‘일 포스티노’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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