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자체발광’ 취준생엔 위로를, 직장인엔 공감을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3.22 13: 30

‘자체발광 오피스’가 취업준비생의 현실을 공감있게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5일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는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할 말 다 하며 갑질하는 슈퍼 을로 거듭난 계약직 신입사원의 직딩잔혹사, 일터 사수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고아성이 시한부의 운명을 가진 슈퍼을 계약직 은호원으로 열연 중이며, 하석진은 ‘고쓰’에 이어 또 다른 독한 캐릭터인 서우진 역을 맡았다. 이동휘는 여자친구에 차인 후 공무원 준비를 그만두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도기택으로, 이호원(호야)은 스펙도, 집안도 다 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장강호 역을 맡았다.

고아성과 이동휘, 이호원은 비록 2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요단강 동기들’이란 별명을 얻으며 케미를 발산 중이다. 이들은 각자의 힘든 삶 때문에 자살 시도를 했다가 한 병원에서 만나고, 다 같이 한강으로 갔지만 ‘N포세대의 비극’이란 제목으로 뉴스에 나와야 하는 굴욕을 겪으면서 한데 뭉치게 된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결코 이들의 상황을 무겁게 그려내지 않는다. 유언을 휴대폰에 녹음하는데도 무언가가 웃프고, 한강에서 나란히 서 있는 세 명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웃음이 난다. 억지로 유발하는 코믹이 아닌, 이 상황이 너무 기가 막혀서 나오는 웃음이 피식 새어 나온다.
그런 세 명의 현실은 사실 실제와 많이 다르지 않다. 100번 서류를 넣어 100번 떨어진 은호원의 경우도, 등록금 때문에 겹겹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스펙을 놓치고, 결국 면접장에서는 “스펙보다 알바가 중요했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등골 휘는 등록금과 고스펙 압박의 굴레에서 늘 고민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는 대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비전 없는’ 도기택을 기다리던 여자친구 하지나(한선화 분)도 마냥 욕할 수만은 없다. 도기택은 될 가망성 없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다 나이는 차고, 취업 시장은 하나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지나는 이미 대기업에 입사,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 하지나에게 “늘 선물을 24개월 할부로 사주고, 여름엔 열무국수, 겨울엔 우동만 먹는” 데이트보다 힘들었던 건 기약없는 희망과 기다림이었을 것.
이 모든 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취준생들은 ‘자체발광 오피스’를 마냥 웃으면서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체발광 오피스’를 눈여겨볼 수 있는 건, 현실적으로 그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체발광 오피스’는 나름의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바로 ‘요단강 동기’가 된 세 명이 수중의 돈을 탈탈 털어 해물탕집에 간 장면이다. 해물탕집 아줌마는 죽상이 된 이들을 보며 밥을 가득 퍼준다. 그리고는 “다들 저승사자 문앞에 세워두고 산다. 그저 등 따숩고, 배 채우면 그뿐”이라고 위로한다.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크게 고봉밥으로 내민 해물탕집 아줌마의 밥상은 이를 보는 취준생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됐다.
그 ‘취준생 관문’을 뚫고 온 직장인들은 ‘자체발광 오피스’를 보며 힘들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자체발광 오피스’에서 그려지는 천태만상의 직장 생활을 보며 공감을 한다. 거기에 은호원이나 서우진이 상사에 내뱉는 ‘사이다’ 발언으로 속 시원함을 얻기도 한다.
그저 취준생의 팍팍한 현실을 그리기만 했다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자체발광 오피스’에는 위로도, 사이다도, 공감도 있다. 현실적인 기초 위에 코믹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공감으로 바닥재를 깐 근사한 집 한 채가 지어지는 중. 과연 ‘자체발광 오피스’는 이대로 기세를 이어가 공감 오피스물로 남을 수 있을지 눈길을 모으고 있다. / yjh0304@osen.co.kr
[사진] ‘자체발광 오피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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