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바라본 '해변'의 의미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2 17: 25

 홍상수 감독은 그동안 여러 작품들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해변'의 의미를 전달해왔다. 23일 신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개봉을 앞두고 작품 속에 등장했던 해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홍 감독의 19번째 장편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독일 함부르크와 한국 강릉의 해변을 오가며 주인공 영희가 자신과 타인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담긴 각기 다른 겨울의 해변은 한적하고 쓸쓸한 동시에 고요하지만 격렬한 감정의 파고를 담아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홍 감독은 전작을 통해서도 해변이라는 공간과 그 곳을 찾은 인물들의 시간을 인상적으로 담아낸 바 있다.  2006년 작품 ‘해변의 여인’은 충남 태안군 신두리의 해변을 배경으로 중래(김승우 분)와 문숙(고현정 분)의 동상이몽의 시간들을 그린 작품이다. 밀물과 썰물처럼 변화하는 인물의 감정선과 대비되는 철 지난 해변의 풍광이 독특한 영화적 질감을 만들어냈다. 

2008년 작품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는 제주의 해변이 등장했다. 특강을 위해 제주도에 방문한 영화감독 구경남(김태우 분)가 제주에서 만난 선배인 화백 양천수(문창길 분)와 그의 아내이자 자신이 연모했던 후배 고순(고현정 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싱그러운 제주의 여름과 달뜬 구경남의 심경이 흥미롭게 대비되는 가운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라는 고순의 대사가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2009년 작품인 '하하하'에는 통영의 바다가 등장한다. 통영에 다녀온 문경(김상중 분)과 중식(유준상 분)은 막걸리를 앞에 두고 좋았던 일 한 토막씩을 꺼내놓는다. '하하하'는 각기 다르지만 또 겹쳐지는 여름의 인연들이 청량한 통영의 바다내음과 함께 전해지는 작품이다.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 2011년 작품 다른 나라에서에는 변산반도에 위치한 모항이라는 해변의 마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각기 다른 상황과 처지의 안느라는 1인 3역을 연기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과 해변의 안전요원 역할을 맡아 특유의 활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배우 유준상의 앙상블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2015년 내놓은 작품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서도 주인공 윤희정(김민희 분)과 함춘수(정재영 분)의 대화 속에 해변이 등장한다.
마법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 희정에게 강릉 바다를 보러가자는 춘수. 그의 말과 두 사람의 눈 속에 떠오른 해변은 화면에 나타나진 않았어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옮기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에게 있어 해변은 마음 속의 것들이 생생하게 현현하는 곳이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곳이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 속에서는 청량한 여름 한복판의 광장이자, 시리고 아린 겨울 끝의 은신처인 것이다. 해변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볼 수 있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서는 어떤 의미로 해석됐을지 궁금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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