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증 깨줄거야’ 리피를 바라보는 中 시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3.22 17: 55

마르첼로 리피(69)는 과연 중국축구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23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중국대표팀을 상대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가오홍보 감독이 사임한 뒤 세계적 명장 리피를 선임했다. 그의 연봉은 무려 2000만 유로(약 242억 2560만 원)로 알려졌다. 중국이 자국감독을 키운다는 종전의 논리를 스스로 깨고 중국프로리그서 검증된 명장에게 기댄 것이다. 그만큼 중국은 절박한 상황이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중국은 2무 3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A조 6팀 중 최하위다. 사실상 러시아 월드컵 진출은 물 건너 간 상황이다. 다만 중국인들은 리피를 선임해 바닥까지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길 원하고 있다. 안방에서 한국을 잡는다면 일단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결전을 하루 앞둔 22일 양 팀의 공식기자회견이 개최됐다. 30여명의 국내취재진을 포함, 약 200명이 넘는 엄청난 취재진이 몰렸다. 기자회견 40분 전부터 자리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기자들이 워낙에 많이 왔다. 그만큼 이번 경기가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의미라는 뜻이다. 
리피가 등장하자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모든 관심은 리피에게 쏠렸다. 주장 정쯔도 동행을 했지만 겨우 질문 하나를 받았을 뿐이다. 중국기자는 ‘역대 전적에서 중국이 한국에게 열세다. 비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리피는 “한국에 대해 공부했다. 경기장에서 보여준다. 난 자신 있다. 포메이션이 좋고 기술이 있다. 내일 좋은 경기력을 할 수 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중국대표팀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게 또 패할 경우 성난 민심을 달랠 길이 없다. 중국선수들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인데 상대가 자신들의 천적 한국이기 때문. 중국축구협회가 장소를 창사로 옮긴 이유도 부담감 때문이다. 중국은 창사에서 4승 4무로 패배가 없다.  
공한증에 대해 리피는 “내가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창사에서 중국대표팀이 아주 잘했다고 들었다. 내일도 그것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면서 덕담을 했다. 
중국대표팀이 훈련하는 허룽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는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 밖에서 훈련을 보지 못하도록 한 것. 차단막 중앙에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바꿔말해 현재 중국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 
여기에 리피의 대형사진도 걸려 있다. 중국인들에게 리피는 마치 종교적 구세주이자 메시아 같은 존재인 셈이다. 과연 리피는 데뷔전에서 중국인들이 갈망하는 공한증 해소를 이뤄줄까. / jasonseo34@osen.co.kr 
[사진] 창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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