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등장, '순정 블랙박스' 당위성 부르나?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7.03.23 07: 48

최근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OEM(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순정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내고 있다.
블랙박스 업계 한 관계자는 22일 "지난해 연말 한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OEM 순정 블랙박스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루머가 있었다"면서 "최근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인해 블랙박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순정 제품에 대한 당위성도 설명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OEM 순정 블랙박스는 차량 출고 때 옵션으로 달고 나오는 비포(Before) 제품을 의미한다. GM의 캐딜락 일부 차종에 이런 순정 블랙박스가 양산되고 있다지만 국외는 물론 국내 완성차업계에 이런 '빌트인' 블랙박스는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자동차에 붙어 나오는 블랙박스는 자동차 생산단계가 아니라 생산 후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매립'하는 형태다. 애프터(After) 제품인 셈이다. 쉽게 말하면 현재 차량에 설치된 컨슈머 제품은 소비자가 구매부터 사후까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일종의 액세서리 개념이다.
그러나 순정 블랙박스로 바뀌면 이런 양상이 바뀌게 된다. 자동차 제조사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블랙박스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가 일종의 자동차 전장장치가 되는 셈이다. 만약 동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차량 리콜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바로 이런 순정 블랙박스의 당위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블랙박스와 관련 책임을 전적으로 소비자가 져야 하는 현 업계 상황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걸림돌이라면 완성차 업체가 순정 블랙박스에 대한 의지를 얼마나 보이느냐 하는 것과 블랙박스 품질이 그만큼 따라 주는냐 하는 문제다. 이것이 곧 그동안 왜 순정 블랙박스가 없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 문제와 사고에 따른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나서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 중 일부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안다. 3년 전에도 루머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국내 블랙박스 업체 중에는 아직 완성차 업체가 원하는 사양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당장 입찰을 받아도 자신있게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블랙박스 업체들은 순정 블랙박스에 대한 대비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A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순정 블랙박스 납품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고 B 블랙박스 업체 역시 "최소 3개월 이상의 준비기간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밝혔다.
한편 순정 블랙박스로 대변되는 비포 마켓의 등장은 여러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당장 애프터마켓이 축소되는 만큼 블랙박스 업계에는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 가격이 올라가겠지만 자동차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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