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장혁, 쓸쓸하고 찬란하神 액션장인의 길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3.23 16: 19

 “사람들은 제가 스턴트가 필요 없는 줄 알아요.”
이해가 가는 말이다. 배우 장혁은 ‘액션장인’이다. ‘장인’이라는 말은 아무에게나 쉽게 붙여주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액션이 전문가와 가깝다는 인정의 의미일 터. 이 수식어는 그동안 장혁이 흘려온 피, 땀, 눈물의 결실이자 훈장이다.
최근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에서 안기부 실장 '규남' 역을 맡아 가장 살벌한 연기를 선보인 장혁을 만났다.

지난 1999년 스타 등용문이라 불리는 ‘학교1’ 출신인 그는 ‘명랑소녀 성공기’(2002)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부터 ‘고맙습니다’(2007)와 같은 감성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특히 ‘추노’(2010), ‘뿌리깊은 나무’(2011), ‘아이리스2’(2013), ‘보이스’(2017) 등에서 그의 액션 본능이 폭발했다. 사람들은 그를 장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그건 아니에요.”
장혁은 ‘보이스’를 촬영하면서 다쳐도 그 사실을 숨기고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에 고개를 저었다. 다쳤다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촬영했다는 것.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셀프 자랑 시간을 가진 그의 위트 있는 입담에 모두가 말려든 것 같았다. 본인이 잘하는 걸 아는데 그게 사실이라, 그걸 또 워낙 재밌게 풀어내는 터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액션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사실은 잘해요.(일동 웃음) 거짓말할 순 없잖아요. 지금은 PR을 해야 하는 시대인데 숨긴다고 숨길 수 있겠나요. 말씀드린 건 진심이에요. 액션을 전문적으로 배운지 벌써 20년이 됐어요. 액션장르를 좋아하지만 액션배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제가 탭댄스를 추든 이건 제 무기가 되는 거죠. 누구보다도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거예요. 무용을 했던 배우, 피아노를 치는 배우도 있고 그건 그들의 장기가 되는 거죠. 그런 분야 중 하나가 액션이고요. 제가 그런 역할을 맡을 때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고, 장르적인 부분을 넓히기 위한 장점이 되는 거죠.”
잘하는 만큼 또 많이도 다친다. 왜냐면 잘하니까 그에게 직접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실제로 스턴트가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다들 생각한다는 말에 그는 억울한 듯 그건 아니라며 항변했다. 또한 '보이스'를 촬영하며 '보통사람'에서 큰 형 역할을 해준 손현주의 노고를 깨닫게 됐다고도 했다.
“잘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다쳐요. 사람들이 당연히 안 불러도 되는 줄 하는데 근데 그건 아니거든요. 불러서 같이 하긴 하지만 어지간하면 제가 하게 돼요. 어렸을 때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짱’이라는 영화를 찍을 때 스턴트를 하셨던 형이 실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그때 처음 보다보니까 20~30분 일어나질 않더라고요. 빨리 실려가야 하는 상황인데 깨어나서 찍고 결국 성공했어요. 어린 마음에 그게 프로구나 생각했죠. 그게 참 많이 교훈도 됐고 각인도 됐어요. 그리고 사실 100% 제가 다 할 순 없잖아요. 막 3층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예요. 액션과 드라마를 구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액션 또한 그 배우의 움직임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액션 장인이라고 장혁을 틀에 가두기에는 그의 개그 실력과 로맨스가 자동 생성되는 꽃미모(?)가 아깝다. 그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것. 그 역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으며, 절대 액션만 하는 ‘액션 스타’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액션만 출연할 거라고요? 절대 아니죠. 사실 로맨틱코미디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코미디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로맨스를 하는 드라마를 하면 유쾌하고 현장이 다 애드리브잖아요. 대사도 있고 수어도 있긴 한데, 저희가 단어를 선택해서 드립을 해서 재밌게 만드는 거죠. 상대배우랑 잘 맞으면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 해요. 그건 배우들의 합이 잘 맞아떨어지는 장르인 것 같아요.”
한 모습에 갇히지 않기 위해 장혁은 한석규의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너를 바꿀 수 있는 순간은 한계가 있으니, 그럴 때에는 장르를 바꿔봐라.’ 로맨틱한 부분, 친절한 부분, 무서운 부분 등 장혁 안에 있는 부분들을 끌어내며 다양한 장르를 만나왔다.
“사실 30대에는 그냥 막 했어요. 놀 수 있는 스토리, 같이 할 수 있는 배우들을 생각했죠. 20대 때에는 의리를 생각하기도 했고 솔직하게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했던 것도 있어요. 지금은 이전보다는 많이 세밀화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장르적인 걸 볼 수 있는 건 드라마로 해보고, 또 영화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단면적이지 않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선택한 게 ‘보이스’와 ‘보통사람’이죠.” / besodam@osen.co.kr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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