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1987년에나 2017년에나 달라진 게 없네(feat.보통사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3 16: 43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을 보면 과연 3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정치인, 고위 권력자들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게 있을까 싶어 씁쓸하다.
오늘(23일) 개봉한 ‘보통사람’은 1980년대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연쇄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되면서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 분)으로 인해 기자 재진(김상호 분)의 삶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시대극이다.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라미란 등 걸출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영화를 보는 맛을 살렸다.
불철주야 범인 검거에 나섰던 성진은 타 사건의 용의자가 연쇄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로 인해 안기부 실장이 주도하는 은밀한 공작에 깊숙이 가담하게 된다. 가족들과 번듯한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 그가 진실을 숨기고 그들의 요구에 따를지, 아니면 정의와 진실을 따라야하는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이 영화는 1987년 전두환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던 ‘5공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억제하기 위해 88올림픽을 개최한 전두환 정권은 개헌을 비롯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묵살하고, 군사독재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더불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하자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로써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민들의 외침으로 민주화의 불씨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격동의 시기였던 1987년 독재정권 하에 있던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거대한 몸살을 겪었던 과도기였던 것이다.
30년이 지난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본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촛불민심은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에 박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을 받고 헌법재판소에 의해 파면됐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국민들이 만든 헌법시스템에 의해 쫓겨난 것이다.
누군가 ‘1987년과 2017년에 무엇이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뭐라고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하고 싶다.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을 당해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전직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 부끄러운 역사의 반복에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더 이상 수치스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어선 안 되지 않을까. 하지만 영화 한 편으로 이 현실이 달라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보통사람'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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