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공한증 격파’ 리피, 중국축구의 구세주 되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3.23 22: 28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리피(69)가 공한증을 극복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오는 23일 오후 8시 30분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홈팀 중국에게 0-1로 패했다. 승점추가에 실패한 한국(승점 10점)은 한 경기를 덜 치른 이란(승점 11점)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중국(1승2무3패, 승점 5점)은 첫 승을 기록했다. 
거액의 돈과 오랜 시간을 들여 한중전을 준비했던 만큼 중국 팬들의 기대는 컸다. 경기 후 중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3만 1천 명의 중국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경기가 끝났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이 남아 응원가를 불렀다. 그만큼 공한증을 극복한 중국의 기쁨은 매우 컸다. 

중국축구협회는 지난해 10월 가오홍보 감독이 사임한 뒤 세계적 명장 리피를 선임했다. 그의 연봉은 무려 2000만 유로(약 242억 2560만 원)로 알려졌다. 종전까지 중국은 자국감독을 키운다는 이유로 외국인 감독 선임에 배타적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철학을 깨고 검증된 명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만큼 중국은 절박한 상황이었다. 
리피는 지난해 10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무 3패로 처참한 성적을 내고 있던 중국을 맡았다. 선수들의 사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리피는 우선 정신개조부터 했다. 중국선수들이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제 기량이 더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중국대표팀이 훈련하는 허룽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는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이란 글귀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었다. '극도의 압박감 속에서도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중국선수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팬들은 ‘세계적 명장 리피라면 뭔가 해줄거야’라는 믿음을 가졌다. 리피는 중국축구의 구세주였다.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기댔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리피는 11월 홈서 치른 부임 후 첫 최종예선 경기서 카타르와 0-0으로 비겨 중국대표팀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한국에 또 패할 경우 성난 민심을 달랠 길이 없었다. 중국축구협회가 결전장소를 창사로 옮긴 이유도 중국대표팀이 여기서 4승 4무로 패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리피는 한국전 열세에 대해 “내가 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나와는 상관이 없다. 창사에서 중국대표팀이 아주 잘했다고 들었다. 내일도 그것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한국에 대해 연구했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결과는 승리였다. 중국은 거액을 들여 세계적 명장을 영입했고, 약속의 땅에서 경기를 치렀다. 리피는 중국 팬들의 기대에 200% 부응했다. 공한증을 격파한 리피에게 중국은 연봉 242억 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창사=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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