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무전술 무원칙' 슈틸리케, 경질이 정답이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03.24 05: 50

울리 슈틸리케 축구 대표팀의 거취를 놓고 결단의 시간이 찾아왔다. 단순히 중국전 패배만을 두고 경질 이유가 아니다. 그동안 쌓인 문제가 모두 터진 상황이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 원정경기서 0-1로 패배했다. 중국 원정에서 역사상 첫 패배였다. 한국은 전반 34분 위다바오에게 내준 선제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이날 전까지 중국 원정에서 8승 2무를 기록한 한국은 첫 패배를 당하며 3승 1무 2패(승점 10)를 기록했다. 시리아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덕분에 A조 2위 자리를 유지하며 한 숨 돌렸지만 축구대표팀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패배였다. 상대 전적을 시작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그리고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결과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중국을 압도했다.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항상 중국만 만나면 신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결과가 증명한 것처럼 완전히 무너졌다.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했다. 상대는 이미 우리의 모든 전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 이해하기 힘든 선발 기준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원정 무승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다. 선수 선발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손흥민(토트넘)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지만 공격진 구성은 변함없었다.
영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소집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리그에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수비진에 대해서는 강한 믿음을 나타냈다. 오히려 출전 범위만 놓고 보자면 중국 선수들은 거의 4개월 가량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는데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은 대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막판 허용준(전남)을 투입했다. 본인이 선발한 선수였다. A매치 데뷔전을 펼치지도 않은 선수를 투입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벤치에는 K리그에서 최고 컨디션을 자랑하는 김보경(전북)이 있었다. 하지만 선택을 받지 못했다.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외하더라도 중거리 슈팅 능력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허용준의 투입은 정말 의외였다.
물론 허용준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김보경을 비롯해 중거리 슈팅을 시도할 선수는 분명히 벤치에 존재했다. 많은 경험을 한 선수들도 부담이 큰 모습을 보이며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는데 허용준을 투입한 것은 스스로 경기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혹은 자신이 뽑은 선수이기 때문에 출전 시키겠다는 몽니를 부린 것처럼 보인다.
돌파 능력이 뛰어난 허용준을 투입하려면 차라리 황희찬과 함께 투입하는 것이 옳았다. 굳이 종료 직전에 허용준을 투입한 이유는 한국 축구를 얕본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 계속되는 무전술이 무기력으로
선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전술적 변화가 필요했다. 선수구성에 변화가 없더라도 감독의 지략으로 전술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지난 2015 호주 아시안컵 약체들과 만났던 조별리그에서 출전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나섰다. 슈틸리케 감독의 경기를 한두 차례 정도만 본다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전술이었다.
뻔한 전술을 상대로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다른 작전을 들고 나왔다. 무리하지 않고 수비를 펼치면서 역습 위주로 한국이 흔들리기를 기다렸다. 그 결과 중국은 세트피스로 골을 넣었지만 한국은 시종일관 부진한 모습이 나왔다.
물론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은 분명하게 부족했다. 후반 리피 중국 감독은 1점을 지키려는 수비에 치중하기 보다는 다양한 공격 루트로 한국을 압박, 실점 만회에 나선 한국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원톱 카드인 이정협(부산)을 시작으로 김신욱(전북)-황희찬(잘츠부르크)의 투입은 모두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선수 교체였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의 무전술이 무기력으로 이어지면서 한국의 중국 원정 첫 번째 패배를 당했다. 항상 지적됐던 문제였다. 그런데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성을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가 스리톱으로 나왔다. 거기에 대한 해법으로 포백이 아니라 어떤 전술로 나갔어야 할지 내가 묻고 싶다. 수비적인 부분에서 우리 전술이 나쁘지 않았다. 센터백 둘도 잘해줬다. 수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공격에서 가용할 수 있는 인원 모두 투입해서 끝까지 동점골을 만들려 했다. 잘 되지 않았다"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다. 감독이 해야 할 일을 누구에게 물어본 걸까.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아지역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맞이했다. 비록 손흥민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경기 내용 및 결과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문제점을 인식 못하는 감독이라면 남은 행보를 위해서라도 교체하는 것이 적어도 오답은 아니다. / 10bird@osen.co.kr
[사진] 창사(중국)=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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