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톡톡] 임박한 SF 결정, 황재균의 '심정과 희망'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24 05: 55

메이저리그(MLB) 스프링 트레이닝은 3월 중순부터 잔인한 시기가 시작된다. 대개 60명 넘는 인원으로 봄이 시작되지만, 하나둘씩 마이너리그로 탈락시키면서 개막 25인을 향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다.
때문에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각 구단의 클럽하우스에는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인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가거나 방출된 선수들의 빈자리다. 샌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다. 이제 샌프란시스코의 클럽하우스에는 23일(한국시간) 현재 황재균(30) 등 초청선수 13명을 포함, 42곳의 라커에만 주인이 있다. 남은 일주일에도 이른바 ‘컷오프’를 당하는 선수들은 수시로 생길 것이다. 긴장감이 극대화되는 시기다.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평상시에는 장난도 치고, 서로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엄연히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황재균은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항상 좋다. 경쟁한다고 해서 서로 시기를 하거나 그런 것은 없다. 서로 잘 해준다”라고 말하면서도 빈 라커에 대해서는 “저 중에 하나가 되면 참 슬프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황재균은 올 시즌을 앞두고 큰 도전을 선택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명예와 부가 보장되는 국내 팀과의 계약을 뒤로 하고 MLB 도전을 선언했다. 그것도 다 갖춰진 상황에서 나간 것이 아니다. MLB 보장 계약도 아닌,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이었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가시밭길을 향해 태평양을 건넜다고 해도 심한 과장은 아니다.
그런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율 3할2푼4리에 4홈런, 1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타점·장타율·OPS(출루율+장타율) 등에서 모두 팀 내 선두권이다. 주 포지션인 3루(66이닝) 이외에도 좌익수(5이닝), 1루수(2이닝)까지 소화하는 등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로 교체로 출전하기에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정신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니 충분히 성공적인 봄이다. 다만 25인 로스터 진입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아무래도 신분적 한계가 있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황재균의 시즌 개막을 새크라멘토(구단 산하 트리플A팀 연고지)에서 시키기는 쉽다. 그러나 더 이상 마이너리그 옵션이 없는 코너 길라스피의 경우는 또 다르다.
황재균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꼭 과정이 결과로 직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황재균은 담담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침마다 구단의 컷오프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지만 황재균은 “그러려니 하고 있다. 어차피 내가 긴장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는가. (구단의 결정이 어떻게 되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현재 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면 결국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고 있다. 시즌은 길고, 설사 개막을 MLB에서 하지 못한다고 해도 올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강한 인상을 남기면 구단의 콜업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황재균도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온 만큼, 의지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황재균은 “새로운 곳에서 대단한 선수들과 야구를 해보고 싶었는데 하고 있어서 지금은 야구가 너무 재밌다”라면서 “계속 잘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 그리고 미국에서 계속 야구를 하고 싶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일주일. 황재균이 후회 없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피닉스=(미 애리조나주),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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