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vs 감각' 승자는 흥국생명의 체력이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3.24 21: 17

체력과 감각의 정면 승부. 미소를 지은 건 체력 쪽이었다.
흥국생명은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2016-2017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을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했다. 타미 러브와 이재영이 51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경기는 열흘 만에 경기에 나서는 흥국생명의 체력과 하루 쉰 IBK의 경기 감각으로 요약 가능했다. IBK기업은행의 감각은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경기 감각, 다른 하나는 챔피언결정전 감각이다. IBK기업은행은 KGC인삼공사와 플레이오프(PO)를 2승1패로 힘겹게 통과했다. 1차전을 세트 스코어 3-1로 가져가며 휘파람을 불었다. 2차전 역시 1세트를 따냈지만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다. 3차전을 승리했지만 챔피언결정 1차전까지 단 하루만 쉬었다. 체력적 열세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이정철 감독은 이러한 시각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감독은 "우리가 초반 분위기를 내주면 체력 열세는 핑계가 된다. 대신 우리가 이번 경기를 이긴다면 큰 문제없이 넘어가게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이 믿는 건 '큰 경기 감각'이었다. 이정철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는 다섯 번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이다.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자"라고 주문했다. 그 자부심이 중압감 높은 경기에서 무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이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적은 팀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미희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박 감독은 "휴식일이 길었던 건 문제가 안 된다. 우리 리듬을 잘 유지했다. 생각보다 안 지루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체력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전체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재영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올라왔다"라며 긴 휴식의 장점을 역설했다.
박 감독의 걱정도 결국 큰 경기 감각. 박 감독은 "나도 감독생활 세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은 처음이다"라며 "후배 감독들에게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라고 밝혔다. 승리를 위하면 후배에게도 자문을 구한 각오인 것. 박미희 감독이 선수시절 '실업배구 명가' 미도파에서 수차례 우승을 맛봤던 경험은 도움이 됐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라며 "주전 세터 조송화와 같이 산책하며 부담을 떨쳐주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승리는 체력이었다. 흥국생명은 홀수 세트를 따내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1세트를 이긴 뒤 부담없이 2세트를 맞이했다. 3-0 승리가 최상이었지만 중요한 건 1차전을 어떻게든 이기는 것이었다. 4세트를 13-25로 내주며 선수들 얼굴이 다소 납빛으로 변했다. 우왕좌왕 하는 모습. 다잡은 승기를 놓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었다. 반대로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띄며 여유를 선보였다.
이때 선수들을 다잡은 게 박미희 감독이다. 박미희 감독은 경기 내내 코트 옆에서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작전 타임 때도 차분한 표정으로 선수들을 다독이는 데 집중했다. 결국 흥국생명은 마지막 세트에서 집중력을 보이며 경기를 승리했다. 5세트, 흥국생명이 득점할 때마다 선수들은 양 팔을 벌리며 코트를 누볐다. 4세트에서 느껴지던 부담감을 떨친 모습. 그렇게 승리를 따냈다.
이정철 감독의 말처럼 '뚜껑'은 열렸다. 1차전 결과 긴 휴식으로 얻은 체력이 지친 상대를 압도한다는 게 드러났다. "3승으로 깔끔히 우승하고 싶다"는 박미희 감독의 바람이 실현될까? 2차전을 맞이하는 흥국생명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만은 분명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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