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우결'의 봄날은 갔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5 15: 59

 가상 결혼 프로그램은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판타지에서 출발한다.
국내 예능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가상 결혼 예능은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이다. 2008년 2월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벌써 9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시청자들에메 사랑받았다. 일정 기간 동안의 가상 부부를 설정해 현대인의 결혼 법칙을 유쾌하게 풀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것이다. ‘우결’의 인기로 JTBC ‘님과 함께’ 등 비슷한 프로그램이 탄생하기도 했다.
연예인 커플들은 매 회 제작진으로부터 집들이, 신혼여행, 집안일 등 다양한 미션을 부여받는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촬영한 영상과 출연자의 심경을 담은 스튜디오 촬영 영상이 프로그램의 주 내용이 된다. 제작진에 따르면 상황은 주어지지만 대본은 없다. 커플들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웃음을 안긴다.

물론 이 같은 설정이 방송 초반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아 10%대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에 못 미치는 3~4%대 수치가 나오고 있는데 화제성은 여전히 그 때와 비슷하다.
사실 연애와 결혼이라는 소재는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이고 예능의 주요 단골 소재이다. 남의 연애사를 지켜보는 게 제일 재밌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또 어떤 때는 극 중 가상 커플이 실제 커플로 발전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뜻밖의 재미를 안기는 것이다.
사람들이 가상 연애 혹은 가상 결혼에 열광하는 이유는 실제 많은 부부가 연애 때와 달라진 배우자에게 실망감을 토로하기 때문이다. 또 불청객 같은 양가 식구도 없다. 가상 결혼이 늘 달달하고 풋풋해 마치 연애 시기와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기에 보는 이들이 부러움, 추억, 환상 등 판타지에 젖어드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가상 결혼 프로그램을 놓고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비난한다. 그들의 생각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금 비현실적일지라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달콤한 미래를 마음껏 상상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더한다. 적어도 결혼을 ‘인생의 종착역’에 비유하는 자학적인 드라마와 영화보다는 ‘우결’ 같은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 훨씬 더 유쾌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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