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中한한령? AFA는 왜 韓영화에 몰표 줬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3.27 08: 57

중국 주도의 영화 시상식 '아시안 필름 어워즈'(이하 AFA)가 한국에서 재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해 '내부자들'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올해 11회 시상식에서는 '아가씨'와 '곡성' 등 한국영화들이 주요 부문을 휩쓸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개최된 이번 AFA에는 사실 국내 영화인들이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한류 톱스타들의 각종 중국 행사는 물론이고 극장과 TV 속 퇴출이 일상화된 한한령이 AFA에서도 만리장성을 쌓고 있을 테니까. 
결과는 대반전이었다. 한국은 나홍진 감독이 '곡성'으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아가씨' 문소리가 여우주연상, 역시 '아가씨' 김태리가 신인 여우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과 홍콩, 대만, 일본 영화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지난 21일 홍콩 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AFA에는 모두 12개국에서 34편의 작품들이 15개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은 '곡성'과 '아가씨' '부산행' 등이 모든 주요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고 그중 6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우 조연상 타니무라 준이 일본 배우지만 '곡성'으로 상을 받은 점도 주목할만 했다.
시상대에 오른 나홍진 감독은 시종일관 고무된 표정이었고 행사 뒤 한국 영화인들이 모두 모인 뒷풀이 분위기는 잔칫집을 방불케했다. 문소리는 "정말 제가 받을 지 몰랐다. 생애 많은 상을 받았지만 이번처럼 뜻밖에 받기는 처음"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을 벗어나 아시아권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한 김태리는 대선배들 앞에서 다소곳이 예의를 지켰지만 역시 붉게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다면 AFA는 왜 한국영화에 많은 상을 몰아줬을까. 의도된 시상 배분이 아니라 공정한 심사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심사위원 홍콩 갑부의 후원으로 탄생한 AFA가 어느 정도 중국 정부의 입김을 벗어나 자유로운 행보를 걷고 있는 사실도 한 몫을 거들었다. 또 AFA는 시상식 호명 순간까지 수상자를 통보하지 않는 정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처음에는 '혹시 시상식에 갔다가 들러리만 서는 것 아니냐'고 참석을 꺼렸던 배우와 감독들이 점차 AFA 방식에 신뢰를 보내는 배경이다.     
/mcgwir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