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커프' 10년 뒤 만난 '보이스'..김재욱에게 인생작이란?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7.03.27 13: 55

"모태구? 오래 기다린 친구죠"
미소 짓고 있는데 오싹한 기분도 든다. 차분함과 싸늘함 사이 묘하게 섹시하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는 거라며 '모태 섹시'의 정석을 뽐낸다. 최근 종영한 OCN '보이스'에서 희대의 악역 모태구를 연기한 배우 김재욱의 이야기다. 
김재욱은 27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보이스' 종영 인터뷰 차 취재진을 만났다. 버버리코트를 입고 자리한 그는 온화하게 미소를 짓는데도 어딘가 서늘한 기운을 내비쳤다. 아직 모태구 역에서 100% 빠져나오지 못한 그였다. 

"'보이스'가 종영한 지 조금 지났지만 종영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모태구에게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원래 악역에 호기심이 많고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만났네요. 오랫동안 못 만났다가 제대로 된 인물 모태구를 만나서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 크게 사랑받을 줄 몰랐고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모태구는 형사 무진혁(장혁 분)의 아내와 119 골든타임센터장 강권주(이하나 분)의 아버지 등 많은 사람을 죽인 진범으로 극 중반부터 등장했다. 김재욱이 그리는 모태구에 시청자들은 한여름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 
"모태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저 역시 시청자들과 같이 '보이스'를 보면서 모니터했어요. 이미 다른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분들이 완벅한 세계를 만들어놓으셨더라고요. 자유롭게 놀면 되겠다는 내 식구들에 대한 믿음이 들었죠. 제가 한 거는 절반도 안 돼요. 모태구가 어떤 인물인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보이스'는 이미 많은 걸 만들어놓은 상태였죠. 연출, 대본, 카메라, 음악, 조명 등 태구가 어떤 인물인지 정확하게 잘 잡아주셨어요. 대단히 유능하고 좋은 분들과 촬영했구나 싶죠."
모태구를 김재욱이 연기했기에 더 큰 시너지효과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김재욱은 극구 많은 공을 다른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돌렸다. "모태구가 악역인데도 섹시해서 응원하게 된다"는 댓글을 직접 보며 흐뭇해했다면서도 "의도한 건 아니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연기 호평이라. 재발견만 10년째인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감사하죠. 좋게 평가해 주셔서. 이렇게 해 보면 섹시하고 우아하겠지 계산하고 연기한 건 아니에요. 다만 모태구가 사회적으로는 완벽하고 빈틈 없는 인물이니까 어떻게 연기할까 생각하다 보니 슈트 입었을 때 멋이 나온 것 같아요. '슈트핏이 멋있어서 범인을 응원하게 된다'는 댓글 봤는데 '모태구가 김재욱인 것 같다'는 댓글이 가장 감사했어요."
모태구가 극 후반에 밝혀져야 할 진범인데다 '역대급' 악역인 까닭에 김재욱은 촬영장에서도 다른 배우들과 사적인 대화는 자제하며 몰입했다. 덕분에 폭주하는 모태구가 마지막까지 극의 중심을 이끌며 시청자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특히 정신병원에 갇혀 또 다른 사이코패스 의사에게 처절하게 죽임을 당하는 엔딩은 압권이었다. 
"고동철을 유리조각 위에 세워두고 장난치다가 망치로 죽이는 신이 있었어요. 그 전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손이 막 떨리는 게 희열과 죄책감 같은 복학접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호흡도 가빠지고요. 결말은 마음에 들어요. 모태구는 그렇게 죽어야 할 인물이었죠. 모태구보다 더한 악인도 존재하고 더 센 놈에게 먹힌다는 걸 표현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싶어요."
김재욱에게 '인생작'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그동안 그에게는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속 캐릭터가 10년 동안 따라다닌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재욱은 섣불리 '커피프린스1호점'과 '보이스', 혹은 또 다른 작품들에 대한 답을 아꼈다. 모두가 자신이 소신껏 선택하고 연기한 작품과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보이스'가 제 연기 '인생작'이 될지는 제가 평가할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특별하긴 하죠. 그동안 해 보지 못한 캐릭터였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김재욱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을 꼽자면 '커피프린스1호점'이겠죠. 행복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니까요. 하지만 제개 모태구란 '오래 기다린 친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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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좋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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