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케치] ‘상남자와 엄마’ 황재균의 미안함과 각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3.28 05: 59

스프링 트레이닝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클럽하우스에서 한국어를 쓸 줄 아는 이는 딱 두 명 뿐이다.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과 그의 통역 김민형 씨다.
일찌감치 가슴 속에 메이저리그(MLB) 도전의 꿈을 품은 황재균은 남모를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황재균의 적응력은 KBO 리그에서 MLB로 간 역대 선수 중 가장 뛰어나다는 호평이 나온다. 이미 간단한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동료들과 소통한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트레이너의 투표로 선정되는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에는 이런 노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낯선 것이 사실이다. 의사소통이 완벽할 수는 없다. 미국에 연고도 없는 만큼 외로운 일상이 지나간다. 황재균도 “스프링 트레이닝 전 일찍 미국에 들어온 것까지 합치면 벌써 두 달이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아무래도 막판으로 가다보니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여기에 생활까지 적응을 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향수병’이 찾아온다.

그럼에도 황재균이 밝은 얼굴로 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김민형 씨의 힘이 절대적이다. 기본 업무인 통역도 굉장히 중요하고 과중한 업무지만 그 외의 일도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개인적으로 불편한 것을 해결하고,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벗도 된다. 황재균도 김 씨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마치 ‘엄마’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게 김 씨에 대한 황재균의 생각. 황재균은 “내가 스스로 뭘 챙겨 먹는 스타일은 아니다. 없으면 그냥 마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통역이 물부터 시작해 착착 챙겨준다. 시간이 되면 체력 보충 음료를 가져다주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모두 담긴 어투다.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빙그레 웃던 김 씨는 황재균에 대해 “TV에서 볼 때와는 이미지가 많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어떻게 다른가”라는 물음에 김 씨는 “조금 귀여운 면이 있다”고 껄껄 웃었다. 처음에는 다가서기 까다로운 이미지만 평소부터 마음이 따뜻하고 합리적이기로 유명한 황재균의 매력에 금세 빠져 들었다는 것이다. 황재균이 한국에서 슈퍼스타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그런 두 남자는 이제 거의 두 달을 머물렀던 애리조나를 떠나 연고지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간다. 김 씨는 “샌프란시스코는 참 매력이 있는 도시다. 진보적이기도 하고, 빈부격차도 크지 않다. 동양인도 상대적으로 많아 생활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찌됐건 황재균이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진입해야 이런 샌프란시스코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트리플A팀의 연고지인 근교의 새크라멘토에 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황재균도, 김 씨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도움을 많이 받은 황재균의 의지가 불타오르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환경이 좋은 메이저리그 팀에 가야 통역도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대화 내내 미소를 짓던 황재균은 “모든 게 나에게 달렸다. 내가 잘해야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황재균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씨는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빠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