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보통사람' 감독 "2003년부터 기획..다들 미쳤다 했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7.03.29 14: 24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이 스크린에 걸리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렸을 줄, 2003년 김봉한 감독은 알고 있었을까. 격변의 시대 1987년대를 그린 ‘보통사람’은 30년 후를 살아가고 있는 2017년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흘러 과학과 기술을 발전했을지 몰라도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김봉한 감독은 최근 서울시 강남구 잠원동에 위치한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나 ‘보통사람’을 기획하기부터 개봉하기까지의 과정을 전했다. 지난 2003년경 우연히 신문에서 ‘오늘의 역사’ 코너를 본 김 감독은 우리나라 최초의 연쇄살인마 김대두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때는 한글날 10월 9일. ‘누가 판단해서 최초라는 이름을 지었나’라는 호기심에 신문을 뒤지며 자료를 모았고, 점점 그에 대해 알게 될수록 의뭉스러운 점이 많았다고. 이것이 ‘보통사람’의 시작이었다.
“당시 직접 김대두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집사님을 국선변호사로부터 소개받았다.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이 쓴 일기 열 몇 장을 받았는데 장마다 필체가 다르더라.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했는데 맞춤법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고, 그 사람의 지적수준이나 심리적 상태나 교육 상태를 봤을 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두가 잡히기 두 달 전쯤 강력범죄 사건이 계속 나오더라. 이어 사회정화운동 관련 기사가 나왔다. 지금 상황과 비슷하지 않나.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다. 이 이야기를 밝히지 않았던 까닭은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제가 의혹을 제기했다기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이었다. 간첩도 만들어내고 다 만들어내는데 연쇄살인마는 왜 못 만들어냈겠냐 하는 거다.”

원래 배경은 1975년이었다. 결말은 더 우울했다. 영화 ‘변호인’을 비롯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보통사람’이라고 해서 외압에서 자유로웠을 리가 없다. 지금에서야 감독, 배우들과 만나 블랙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웃으며 나눌 수 있게 됐지만 김봉한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시국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는 설명.
“다들 개봉 못한다고 했다. 다 미쳤다고 했다. 다른 걸 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당연히 했다. 그래서 실제로 다른 시나리오도 준비했지만 숙제를 못한 기분이 들더라. 중요한 의미를 담은 영화는 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그 당시라 더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왜 못하게 하는 건지. 1975년이 원래 배경이었는데 스스로 자기검열을 한 것도 웃기다. 87년이면 좀 더 괜찮지 않을까 했던 생각이었는데…. 그럼에도 가지고 가야한다는 메시지는 ‘상식’이다. 재진(김상호 분)은 대단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경찰이 범인을 잡는 것이 상식이고 기자가 아닌 일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대단한 일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시대가 아닐까.”
‘보통사람’은 김봉한 감독이 뚝심 있게 끌고 갔고 손현주, 장혁, 김상호, 오연아 등 많은 배우들이 힘을 합쳐 밀어주면서 탄생하게 됐다. 지난 23일 개봉해 관객들 사이에서는 ‘의미 있는 작품’, ‘꼭 이야기돼야 하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극장에 많이 걸려야 보실 텐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금도 여전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인 것 같아서 어머님 세대를 비롯해 지금 어린 친구들까지도 많은 분들이 보시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좋은 세상이 오면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고 다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아직 못 보신 분들이 많다고 하시던데 어느 정도까지만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보통사람’ 이후에도 의미 있는 영화를 준비할 감독, 제작자를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저예산 쪽으로만 작게 되면 안 되지 않을까.” / besodam@osen.co.kr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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