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김윤진 "'쉬리' 한석규 선배, 지금의 박보검·지드래곤 인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9 13: 59

김윤진은 유쾌했다. 날카로운 질문이나 예민한 질문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답하며 인터뷰를 마치 친한 언니 동생이 만나 수다떠는 시간처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많은 제작자들과 감독들이 그녀의 인성을 칭찬하는 이유를 실감케 하는 시간이었다.
김윤진은 2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소속사 대표인 남편과 일에 대해서는 냉정하다. 이 영화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이 영화를 관객들이 볼 것 같아서 했다”며 “제가 원톱의 느낌은 아니지만 아직 영화를 끌고나가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솔직히 대본을 봤을 때는 한국에서 이런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시간 위의 집’은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실종을 겪은 가정주부 미희가 교도소에서 25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이다.

김윤진은 젊은 여자가 남편과 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아 25년 간 복역한 후, 할머니가 돼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진실을 파헤치는 미희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국제시장’ 때도 20대부터 60대까지 연기를 했지만 분량이 적었고 섬세한 부분을 못 보여드려 아쉬웠다. ‘시간위의 집’에서는 25년 수감생활을 한다는 설정과 남편과 아들을 죽인 낙인이 찍힌 설정이라서 하고 싶었다.”
김윤진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목소리다. “미희가 후두암 말기다. 사실 후두암 말기면 목소리가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보실 때 너무 답답해 하실까봐 소리는 내되 신경을 많이 썼다. 후시 녹음이 불가할 것 같아서 핀 마이크까지 찼다. 다행히도 (영화상에는) 현장 목소리를 많이 썼다. 근데 감정 연기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제 목소리가 불쑥 불쑥 튀어나왔다. 그럴 때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꼈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외에도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더 늙고 병든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신경 썼다고.
“내 나이에 비해 10~20년 더 늙고 병든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솔직히 여러 버전으로 준비를 했다. 뒷모습만 봐도 처량하고 불쌍해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특수분장을 하지 않고)제 몸으로 그냥 갔다. 불쌍한 노인을 표현하고 싶어서 뼈를 부각시켰다.”
미스터리 스릴러답게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음습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첫 테이크 들어갔을 때 정말 무서웠다. 당연히 밤에 촬영을 했고, 그 집이 주는 싸늘함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영화에 나오는 집은 세트가 아니라 실존하는 건물이다.
김윤진은 “‘시간위의 집’은 알고 보면 가족 드라마다. 단순한 가족 드라마나 신파가 아니라 다룰 만한 묵직한 주제가 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은 너무 많지만 저희가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윤진이 작품의 전반을 이끌지만 최신부 역을 맡은 2PM 출신 옥택연의 연기도 눈길을 모은다.
“옥택연이 솔직히 자기가 할 일을 잘해준 것 같다. 30대 초반부터는 자신의 배역만 아니라 전체를 봐야한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도 그래야 한다. 지금 딱 서른이 된 옥택연도 그것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마웠다. 영화를 보니 제가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웃음) 자기가 할 역할을 아주 반듯하게 성실하게 해줬다.”
국내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서 김윤진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바로 여배우들이 설 기회가 적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에 들어서 30대 후반부터 40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여성 작품을 보면 대부분 모성애를 다룬다. 모성애를 빼놓고 얘기하는 작품이 기억에 나지 않을 정도이다. 그게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그 안에서 우리(여배우들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음 생에 태어날 수 있다면 진심으로 가수가 되고 싶고, 두 번째로는 유능한 작가가 되고 싶다. 작가가 돼서 여배우들도 남자 배우들만큼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 1996년 MBC 드라마 ‘화려한 휴가’로 데뷔한 김윤진은 드라마 ‘예감’ ‘유정’, 영화 ‘쉬리’ ‘밀애’ ‘세븐 데이즈’ ‘하모니’ ‘이웃사람’ ‘국제시장’ 등 굵직한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가운데 ‘쉬리’는 김윤진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걸작으로 꼽힌다.
김윤진은 이에 “사실 ‘쉬리’ 때 한석규 선배님은 지금의 박보검, 지드래곤을 모두 합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목소리도 여전하지 않나. 다시 한 번 영화 안에서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다. ‘로스트’ 덕분에 아시아, 유럽, 미국에서 알아보는 수준까지 왔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무대에서, 두 마리 토끼를 꼭 놓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제 집(무대)이 여전히 한국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purplish@osen.co.kr
[사진] 페퍼민트앤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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