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밤의 해변에서 혼자', 사랑 얘기엔 소주가 빠질 수 없지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29 14: 55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개봉하자마자 관객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가 배우 김민희와의 열애 때문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원동력은 삶을 관통하는 깊은 깨달음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이별에 솔직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그린다.
홍 감독의 19번째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펼쳐진다. 유부남 감독(문성근 분)과 교제를 하다가 ‘불륜’이라는 불명예를 입고 잠적한 배우 영희(김민희 분)는 친한 언니(서영화 분)가 사는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영희가 낯선 독일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는 내용이 1부의 주요 골자이다. 영희는 담배를 피우며 언니에게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감독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나 많이 놀았다” “잘생긴 남자들은 얼굴값”한다고 말한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어보면, 영화가 아닌 그냥 우리네 대화처럼 굉장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이 부분이 많은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낸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2부는 귀국한 영희가 강릉에서 지인들을 만나 그간의 생활에 대해 털어놓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영희는 선배 천우(권해효 분)와 명수(정재영 분), 준희(송선미 분)를 오랜만에 만나 맥주와 소주를 마시며 깊은 대화를 나눈다. 역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은 배우 영희에게 “너 진짜 매력 있어” “일(연기) 그만두지 마” “그동안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더 성숙해졌고 매력 있어졌다”고 말하는데, 실제 홍 감독과 열애 중인 김민희를 가리키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놓고 그간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 가운데 최고라는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이 영화의 강점은 인물들이 나눈 대화에 있는데, 듣다보면 너무도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워서 활어처럼 팔딱거린다. 또 홍 감독만의 유머 코드가 십분 녹아 있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영화 ‘화차’를 통해 주목할 만한 배우로 눈길을 끈 김민희는 ‘연애의 온도’로 연기의 온도를 높였고 이후 ‘아가씨’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등으로 에너지를 채우고 있다.
중량급이라고 생각했던 이 배우에게 어느새 연륜이 쌓였고 이제는 대량급으로 체급을 올렸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어색한 듯하면서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묵직한 연기 내공을 보여주는 김민희가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키포인트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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