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김남길 "'나쁜남자'·'선덕여왕' 시절, 느끼하다는 얘기 들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3.31 13: 59

 배우 김남길의 얼굴은 많다. 이 말은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을 설명하는 표현이 아니라, 14년 된 배우로서 다양한 작품 속 가지 각색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카메라 앞에 서면 더욱 그렇다.
작품을 통해 만나는 김남길의 모습은 누군가를 애절하게 사랑하는 로맨틱한 남자가 됐다가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코믹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서늘한 눈빛을 지닌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변신한다.
이번에는 김남길이 판타지 감성 드라마로 극장 문을 두드렸다. 내달 5일 개봉하는 영화 ‘어느 날’(감독 이윤기)을 통해서다.

김남길은 31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촬영 전 이윤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느 날’이)상업영화로 치면 예산과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다. 비교적 작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촬영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며 좀 더 효율적으로 촬영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어느 날’은 보험회사 직원이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병원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상에 누워있는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되고, 소원을 들어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받게 된다.
김남길이 보험회사 직원 이강수를, 천우희가 갑작스럽게 영혼으로 떠도는 단미소 역을 맡아 차진 호흡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지난해 재난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에서 한량 같으면서도 정의로운 남자를 보여줬었는데, 이번 작품 ‘어느 날’에서는 평범한 회사원을 연기하며 그간 볼 수 없었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판도라’를 통해 연기력과 대중성을 입증하며, 연기파 배우로 떠오른 김남길은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으로서 극에 무게감을 더한다. 김남길의 매력적인 얼굴이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나쁜 남자’ ‘선덕여왕’을 할 시절에 주변에서 ‘느끼하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하도 오래 전 일이지만 손 동작 하나도 멋지게 각을 연구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같은 우수에 찬 감정이라도 다르게 표현하자는 생각을 한다.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슬픈 인물의)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도 하고 성숙한 감정 표현을 하려고 애쓴다. 같은 생각이지만 ‘어느 날’에서는 차별성을 두려고 했다.”
예고편만 보면 아내를 잃은 한 남자와 영혼이 된 여자가 만나 사랑을 싹틔우는 스토리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한 상처, 모녀의 이별 등 다양한 정서가 녹아있어 하고자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집중하게 만든다.
“원래 멜로도 있었다. 아내를 잃고 각자의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갖고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을 넣을까하는 계획이 있었다. 근데 작가님도 멜로를 지양하셨고, 감독님도 멜로에 대한 감정보다 다른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마음을 굳히셨다. 찍으면서도 멜로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어느 날’은 사람과 영혼으로 만난 강수와 미소가 교감을 통해 심경에 변화를 느끼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유일하게 한 남자에게만 여자의 영혼이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기존의 판타지 멜로와 궤를 달리했다.
“사실 ‘판도라’ 때도 말했고 당시에도 (오열 장면이 있었지만)저는 힘든 일이 있어도 못 우는 스타일이다. 그냥 참는다. 시원하게 울어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잘 안 되더라. (작품과 달리 실제에서는 감정을)토해내지 못 한다.”
실제로 만난 김남길은 카리스마 넘치는 작품 속 캐릭터와 달리 장난기 많고, 웃음 많은 발랄한 남자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지만 단순히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는다는 느낌이 아닌 오랜 만에 만나서 수다를 나누는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을 안겨줘 호감도를 높였다.
그는 “‘어느 날’이 이윤기 감독님 작품 중 가장 상업성을 띤 영화가 될 것 같다. 감독님은 십만 관객이 들 것 같다고 (기대를 낮춰)말씀하시지만 더 많은 관객이 들지 않을까 싶다. 이윤기 감독님의 마니아층이 아니라도 ‘어느 날’을 좋아실 것 같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사실 요즘에는 현실이 더 영화스지 않나. 정치 사회적 이슈로 피곤하기도 한데 우리 영화를 보시고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 천만을 못해본 배우로서(웃음)저는 사실 너무 천만(관객)을 동원하고 싶지만.(웃음)많은 분들이 봐 주시는게 좋지 않나. 그래도 의미 있는 영화가 천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오앤엔터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