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 연예산책] 서장훈의 예능을 이해하는 법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4.16 10: 54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이 아니었다. 요즘 일선에서 활약중인 지상파 3사 및 JTBC, 그리고 케이블의 예능PD들이 캐스팅에 가장 공을 들이고 힘들어하는 출연자는 서장훈급이란다. 얘기인즉슨, 특A급 원톱 MC보다는 이들을 돋보이게 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주는 3인자급 출연자 확보가 가장 어렵다는 설명이다.
잘 나가는 원톱형 메인 MC들은 대부분 자신의 장기 고정형 메인 프로 두 세 개 외에도 각 방송사의 주력 예능에 발을 걸치고 있다. 대부분 1~2년 동안의 스케쥴을 미리 잡고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의 캐스팅과 동선은 오히려 PD들 사이에서 정보가 공유된다. 유재석 강호동 등의 깜작 캐스팅을 원하는 방송사들은 사장, 본부장급 이상이 회사 차원에서의 물량 공세로 투자에 나선다. 어차피 일선 PD의 손을 떠나있기에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고 한다.
한때 '무한도전' 박명수로 시작된 2인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자면 김구라급이다. 역시 공급보다 수요가 많지만 이 급에 속한 자원이 예상외로 풍성하다. 또 서로 호흡이 좋은 1인자와 세트로 움직이는 경우가 잦아서 이 역시 '톱을 캐스팅하면 2인자는 딸려온다'는 공식이 통한다. 

문제는 이들 옆에서 추임새를 넣어주고 때로는 병풍, 때로는 가드 역할까지 담당하는 3인자급이 생각보다 자원층도 얇고 바쁘다는 것. 또 반짝했다 사라지는 사례들이 흔해서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3인자 찾기가 더 힘든 현실이다. 몇몇 PD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3인자급 캐스팅난의 대세가 바로 서장훈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특별나게 웃기거나 개인기가 뛰어나지도 않아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폄하하기 쉽상인 인물이다.  
하지만 현장 PD들은 서장훈의 존재를 느끼한 맛의 MSG와 달리 된장 고추장 처럼 진득한 양념으로 칭찬한다. 자신을 내세우려 조급하지 않고 너무 나대지 않으면서 필요한 포인트에 한 방씩 쳐준다는 것이다. 메인 MC들이 종횡무진 활발하게 움직이려면 바로 서장훈 같은 아마추어 3인자 출연자들의 도움이 필수라고 했다.
특히 서장훈처럼 한국 제일의 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희소가치는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서장훈은 JTBC 예능을 지상파 이상으로 만든 '아는 형님'을 비롯해 '미운오리새끼' '요상한 식장' '닥터하우스' 등 숱한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다. 최근 '공조7'에서 하차한 배경도 더 이상의 겹치기 출연을 자제하기 위함이라는 측근의 전언이다.
결국 예능 역시 영화와 드라마와 마찬가지다. 주연만 갖고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명품 조연과 단역들의 하모니가 아름답게 연주될 때에 강력한 흥행 폭발이 일어나는 게 확실하다./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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