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잔③] 김혜진 “작가로 치열하게 살았던 5년...후회 없다”
OSEN 유지혜 기자
발행 2017.04.17 08: 16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김혜진은 5년 전, 돌연 연예계를 떠났다. 이제 막 ‘아이리스’란 드라마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렇게 5년간을 그는 배우가 아닌 ‘작가’ 김혜진으로 살았다. 후회되진 않을까. 그는 “절대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김혜진은 2009년 KBS 2TV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김태희의 친구 양정인 역할로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다. 그런 김혜진은 갑작스럽게 연예계를 떠나 화가로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그에게 지난 5년을 물었다. 김혜진은 “보이지 않았을 뿐, 정말 한시도 쉬지 않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실력이 차지 않은 상황에서 ‘나 미술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아서, 철저하게 연예계와 단절한 채 작품에 매진했다. 개인전도 8회 정도 하고, 전시회는 80여 회 정도를 했다. 그게 사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주변 작가님들도 ‘몸 고되어서 못 한다’고 걱정해줬다. 햇볕 안 보고, 지하 바닥에서 무릎 뗄 일 없이 그림 그렸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논 건 아니다.(웃음)”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김혜진은 마침 전시회에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배우가 아닌 ‘작가’ 김혜진에 질문을 던졌다. 미술계 내의 그의 입지가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는 돌연 연예계를 떠나게 된 걸까. 김혜진은 “‘갑자기’로는 결론이 났지만, 사실 돌연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게 ‘돌연’이라고 한다면, 미대를 다니다 디자이너 활동하고, 연예계를 간 모든 것들이 다 ‘돌연’이었다.(웃음) 나는 늘 쉬지 않고 달렸다. ‘아이리스’로 주목 받기 전에도 3년 안에 100편에 가까운 작품을 했고, 대학에서도,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잠 안 자고 항상 했다. 그 근력과 근성으로 달려갔는데 ‘아이리스’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오히려 일이 줄고 다작을 할 수 없게 됐다. 제가 살아왔던 리듬과는 달라졌던 거다.”
그는 “개인적으로 배우로서의 삶이 좋았던 거지, 스타로서의 삶을 동경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 때, 김혜진은 조금씩 자신이 ‘스타’의 삶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으리라. 김혜진은 “그 때 모든 걸 내려놓고 그림으로 돌아가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그 때는 탁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큰 사랑을 받지 않았냐. 부딪히는 부분들이 있었고, 마음이 번잡해졌다. 그래서 작품으로 돌아간 거다. 다시 미술에 몰입하게 되니, 진심을 다해 뼈가 으스러지도록 했다. 그렇게 하니 조금씩 작가로서의 저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지금은 작가로서 많이 안정됐다.”
김혜진은 그렇게 전시회를 열고, 사람들과 그림을 통해 소통하면서 비로소 ‘힐링’을 받았다고 했다. ‘울면 나약해진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과거와 달리, 작품 활동을 하면서 김혜진은 살아가는 목적을 찾게 됐다. 그는 그런 5년에 대해 “절대 후회 없다”고 단언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어렸을 적 내 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그에 비롯된 ‘칭찬 받고 싶은 욕심’과 마주했다. 작품들은 모두 나로부터 시작됐다. 많은 분들이 내 작품을 보고 울고 가셨고, 공감을 해줬다. 그걸 보며 나 자신도 많이 위로 받았다. 참 귀중한 시간이었고, 나 스스로도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는 삶을 쉬지 않고 채웠고, 마음속의 응어리는 작품을 통해 쏟아냈다. 김혜진은 “작품 활동을 하며 비워진 부분을 보며 충분히 내가 배우로서 돌아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배우 복귀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죽을 때까지 배우의 길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김혜진은 “잠깐의 안일함을 바랐으면 이렇게 안 했을 거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배우로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 이상하게 내 팬들은 나와 비슷해서 나처럼 조용히 기다려주더라.(웃음) 어디 저 끝에 서있던, 무대에 가 있던, 카메라 앞에 있던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 ‘일’이란 걸 계속 할 거다. 용기를 가지고, ‘놀자’라는 마음으로, 신명나게 작품 활동도, 연기도 해나갈 거다.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yjh03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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