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리버스 스윕 나올까?’ 역사에 도전하는 오리온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17 11: 44

고양 오리온이 KBL에 전례가 없는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을까. 
고양 오리온은 17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을 상대로 2016-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른다. 내리 2연패를 당한 뒤 반격에 성공한 오리온이다. 오리온이 4차전마저 잡는다면 마지막 5차전서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길이 열린다. 
KBL 역사상 4강전에서 첫 2연패를 당한 19팀 중 3연승으로 뒤집기에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그렇다면 삼성이 챔프전에 갈 확률은 100%인 것인가? 일부 언론에서 과거의 사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삼성이 챔프전에 갈 확률이 100%라는 기사를 냈다. 바꿔 말해 오리온이 챔프전에 갈 확률이 0%라는 이야기다. 명백한 오보다. 

확률에는 독립사건과 종속사건이 있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 두 사건은 독립이라고 한다. 동전과 주사위를 같이 던진다고 하자. 동전의 앞면이 나온다고 주사위의 홀수 눈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거나 더 작다고 할 수 없다.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종속사건은 사건 A에 따라 사건 B의 확률이 달라지는 경우다. 붉은 공 3개, 흰 공 5개가 들어 있는 상자에서 1개씩 계속해서 공을 두 번 꺼내보자. 첫 번째 꺼낸 공이 어떤 색의 공인지에 따라 두 번째에 꺼낸 공이 흰 공일 확률에 영향을 준다. 이것이 종속사건이다. 
과거 4강 시리즈 19회 사례와 올 시즌 삼성 대 오리온의 시리즈는 서로 확률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사건이다. 따라서 '과거사례가 이러하므로 올해 확률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프로농구 4강 시리즈에서 한 팀이 연속 2패를 당한 사례는 19회에 불과하다. 확률에서 따지는 '표본집단'으로써 사례가 적어 신뢰성이 떨어진다. ‘빅데이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확률상 희박하더라도 언제든 반대사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표본집단에서 반대사례가 나온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는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3연패 뒤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4-0으로 제압하고, 86년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했다 ‘리버스 스윕’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첫 사례였다. 
NBA에서도 지난 시즌 1승 3패로 뒤졌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내리 3연승을 달리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2연패를 저지했던 사례가 있다. 파이널에서 1승 3패를 뒤집은 팀은 클리블랜드가 역대 최초였다. 
물론 1승 2패로 뒤진 오리온이 여전히 크게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차전을 오리온이 잡는다면 시리즈 향방은 알 수 없다. 오히려 5차전이 성사되면 2연승으로 탄력을 받은 오리온이 상승세를 타고, 쫓기는 삼성이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승부는 해보기 전에 모른다. 섣불리 과거의 사례를 현재에 적용하는 것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자칫 플레이오프 열기에 김이 빠지게 할 수 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2연패 뒤 “(4강서 2연패 뒤 뒤집은) 사례가 없다고 들었다. 우리가 한 번 첫 케이스가 되보겠다”며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