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스토리] ‘주루 코치’ 황재균, 파울라인서 얻은 교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4.18 13: 00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타석이 아닌, 파울 라인 바깥에 섰다. 일일 1루 코치로 휴식일을 보냈다. 마이너리그의 열악한 사정을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구단 산하 트리플A팀인 새크라멘토에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라스베가스(뉴욕 메츠 산하 트리플A)와의 원정경기에서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올 시즌 첫 휴식일. 몸에 특별한 문제가 있거나 컨디션이 나쁜 것은 아니었고, 그간 10경기를 쉴 새 없이 달려온 황재균을 향한 코칭스태프의 배려였다.
황재균은 동료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내야 수비 훈련, 타격 훈련은 물론 마지막까지 남아 외야 훈련까지 병행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황재균은 덕아웃에서 마냥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이날은 다른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1루 주루 코치였다. 황재균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해본다”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이너리그는 KBO 리그 2군보다도 지원이 열악하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경험한 박병호(31·미네소타)는 “KBO 리그 2군은 요즘 시설이 많이 좋아졌다고 들었다. 그리고 예전부터 밥은 잘 나왔다. 하지만 마이너리그는 그냥 샌드위치만 준다. 그것도 완제품이 아니라 자기가 만들어 먹게끔 재료만 준다”고 혀를 내둘렀다.
필수적인 코칭스태프도 부족하다. 새크라멘토의 경우 감독 1명, 코치 2명 등 코칭스태프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박병호가 소속된 로체스터는 4명인데, 마이크 퀘이드 코치가 팔을 다쳐 1명이 긴급 수혈된 임시방편이다. 감독, 타격코치, 투수코치 한 명뿐이니 수비 코치나 주루 코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다.
펑고는 감독이나 코치가 치고, 배팅볼은 이날 등판이 없는 투수들이 던져주는 경우도 있다. 지원 인력도 부족해 훈련 및 이동 등 대부분의 업무를 선수단이 자급자족(?)해야 한다. 숙소나 장비 등도 모두 개인이 알아서 처리한다. 황재균은 “경기가 잘 안 되면 스파이크가 낡기 전에 바꾸는 스타일인데, 쓰레기통에 버리니 다른 선수들이 ‘이걸 왜 버리느냐’고 쓰레기통에서 가져가더라”고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
주루 코치가 없는 상황에서 3루 코치는 보통 타격 코치가 본다. 아무래도 3루는 판단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선수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는 큰 임무가 없는 1루 코치는 선수들이 나눠서 소화한다. 황재균도 이날 1루 코치로 나섰고, 예상대로 무난하게(?) 하루 일과를 마감했다. 황재균은 2루에 나간 선수들의 장비를 받아드는 등 꽤 바쁜 시간을 보냈다.
황재균은 이에 대해 “여기는 1루에 나갈 사람이 없다. 쉬는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나도 여기 일원인데 팀이 필요하면 나가야 한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황재균은 이런 마이너리그의 열악한 상황에 첫 1주일은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덩달아 집중력도 떨어져 자책도 많이 했다. 투구나 타구에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기량을 떠나 이런 기본적인 충격부터 이겨내는 것이 우선이다. 황재균은 이날 1루에 서 이와 같은 교훈을 재확인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라스베가스(미 네바다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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