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58구' 김대우의 아름다운 희생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7.04.19 21: 42

김대우(삼성)의 등번호는 19번. 현역 시절 '국민노예'라 불렸던 정현욱 1군 불펜 코치가 사용했던 등번호다.
잘 알려진대로 정현욱 코치는 팀이 원하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고 궂은 일을 도맡았다. 그가 팀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뛰어난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맡아왔다. 올 시즌 투수조장 역할을 맡은 김대우는 "정현욱 코치님처럼 팀에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넥센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김대우는 성실한 훈련 태도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동료들의 신망이 두텁다. 현역 시절 정현욱 코치를 연상케 한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 김대우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 경기에서 혼신의 투구로 감동을 선사했다.

선발 우규민이 1회 2사 주자없는 가운데 닉 에반스의 타구에 오른팔을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던 우규민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제대로 몸을 풀 시간도 없이 마운드에 오른 김대우는 4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졌다. 그 누구도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투구였다.
1회 2사 1루서 마운드에 오른 김대우는 김재환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1,3루 실점 위기에 놓였으나 오재일을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한숨을 돌렸다.
2회 양의지(중견수 플라이), 박건우(유격수 앞 땅볼), 신성현(유격수 앞 땅볼)을 삼자 범퇴처리한 김대우는 3회 1사 후 민병헌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오재원을 2루수 병살타로 유도하며 3회 투구를 마쳤다.
4회 1사 후 김재환에게 우중월 솔로 아치(비거리 130m)를 얻어 맞았으나 오재일과 양의지를 각각 1루 땅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김대우는 5회 선두 타자 박건우를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신성현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 세웠다. 박건우가 김재호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켜 1사 2루 실점 위기에 놓였다.
김대우는 김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잠재운 뒤 백정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삼성팬들은 임무를 마치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김대우를 연호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삼성은 두산과 혈투 끝에 2-1로 패했다. 경기 결과를 떠나 김대우의 혼신투는 박수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what@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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