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로치, '투심 괴물' 매덕스를 꿈꾸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7.04.20 06: 00

"내 롤모델은 그레그 매덕스(51, 은퇴)다".
매덕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투수를 논할 때 꼭 거론되는 투수다. 라이브볼 시대에 50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1000개 미만의 볼넷을 기록한 투수는 매덕스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 덕분에 엄청난 강속구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 통산 3371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덕스를 대표하는 단어가 '제구'라면 그를 대표하는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다. 엄청난 무브먼트를 자랑하는 매덕스의 투심 패스트볼은 타자들의 땅볼을 잇달아 유도, 매덕스가 17년 연속 15승, 통산 4회 사이영상 수상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

올해부터 kt wiz 유니폼을 입은 돈 로치(28)도 매덕스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보낸 매덕스와 같이 로치도 라스베이거스가 고향이다. 당연히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매덕스에 대한 호감도 크다.
매덕스가 롤모델이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 롤모델은 매덕스다"고 밝힌 로치는 "매덕스와 같은 도시에서 자랐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롤모델인 매덕스의 대표 구종을 따라하게 된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매덕스를 좋아한 로치는 직구보다 많은 비율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정도로 자신을 대표하는 구종으로 키웠다. 로치는 "매덕스와 내가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치의 투심 패스트볼은 매우 위력적이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KBO 리그에서는 다르다. 우타자 몸쪽으로 휘는 투심 패스트볼로 내야 땅볼을 만들고 있는 로치는 전체 투구의 40% 이상을 투심 패스트볼로 채우고 있다.
기록도 준수하다. 올해 KBO 리그에 첫 발을 내디딘 로치는 상대 타자들에 대한 경험이 없음에도 4경기에 선발 출장해 25이닝 10실점(7자책점) 평균자책점 2.52로 2승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율이 1.40으로 낮지 않지만, 내야 땅볼을 만드는 투심 패스트볼 덕분에 평균자책점이 낮다.
지난 19일 KIA 타이거즈전을 보면 로치의 능력을 알 수 있다. 로치는 7이닝 동안 8피안타 3개의 4사구를 기록했다. 그러나 KIA가 얻은 점수는 1점에 불과했다. 로치는 뛰어난 땅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로치는 호투가 자신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땅볼을 유도하는 투심 패스트볼의 특성상 동료들의 수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로치는 경기 도중에도 동료들에게 고마움의 제스처를 자주 표시하곤 한다.
로치는 "수비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좋은 수비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낮다"면서 "(KIA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멋진 수비를 보여준 동료들 덕분이다. 다음 경기도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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