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조인성·차일목에게 마음 쓰인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4.21 10: 00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 18일 LG와의 대전 홈경기를 앞두고 포수 조인성(42), 차일목(36)을 따로 불렀다. 두산 포수 최재훈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다음날.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이제부터 경쟁이니 싸워서 이겨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같은 포지션 선수가 새로 왔으니 조인성과 차일목은 당연히 맥 빠질 것이다. 그게 프로 세계 아닌가. 두 선수가 기운을 잃으면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최재훈은 이적하자마자 주전 마스크를 썼고, 18~19일 LG전 2경기를 모두 교체 없이 풀로 뛰었다. 조인성과 차일목에겐 기회가 없었다. 결국 김 감독은 20일 오전 두 선수를 1군 엔트리에서 동시에 제외하는 결단을 내렸다. 야구장에 나온 두 선수를 다시 감독실로 불렀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가서 좀 쉬고 있어라. 휴식이라 생각하라. 1군에 다시 올라올 땐 젊어져서 오라"는 말을 전했다. 

사실 조인성과 차일목 모두 2군에 내려가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성적이었다. 공수 모두 부진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두 선수를 보내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고참으로서 100% 몸 상태가 아닌데도 고생한 두 선수의 숨은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차일목은 무릎, 조인성은 어깨가 아팠다"며 "캠프 때부터 열심히 훈련했지만 나이가 있어선지 풀타임으로 뛰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차일목은 오프시즌 무릎 수술을 고려했지만 포수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재활훈련으로 극복했다. 최고참 조인성도 김 감독이 인정할 만큼 겨우내 많은 땀을 흘리며 준비했다. 
올 시즌 성적은 좋지 않지만 조인성과 차일목은 한화가 어려울 때 안방을 지켜준 구세주 같은 존재들이었다. 지난 2014년 6월 트레이드로 한화에 온 조인성은 당시 붕괴 직전이었던 한화 안방을 되살렸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에도 매년 지옥훈련을 거르지 않는 모범생이었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부상으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 감독에게 늘 빚진 마음이었다. 김 감독도 조인성의 진심을 알기에 어떻게든 기회를 주고자 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6년 한화에 합류한 차일목도 지난해 실질적인 주전 포수로 안방을 지탱했다. 30대 중반 나이에 처음 팀을 옮겨 절박한 마음으로 맹훈련했고, 확 달라진 송구 능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애매한 코스 공을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로 만들어주는 '프레이밍'으로 투수들에게 신뢰를 듬뿍 받는 포수였다. 
하지만 올해 두 선수의 야구는 마음먹은 것처럼 잘 되지 않았다. 결국 구단 차원에서 포수 트레이드를 했고, 최재훈이 빠르게 적응하면서 베테랑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 결국 김 감독은 2군에 있던 허도환을 콜업하면서 두 선수를 모두 2군으로 보냈다. "혼자 가면 섭섭해 할 것 같아 둘이 같이 보냈다"고 농담처럼 말한 김 감독이지만, 두 선수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는 대목이다. 
20일 오전 야구장에서 소식을 들은 조인성과 차일목은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한 명씩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떠났다. 아쉬움이야 없지 않겠지만 "(2군) 가서 후배 투수들 공 '펑펑' 소리 잘 나게 받겠다"며 베테랑의 품격을 잃지 않았다. 덕분에 선수단 분위기는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오는 선수가 있으면 가는 선수가 있다. 그게 프로"라면서도 "시즌은 길다"고 했다. 변수가 많은 포수 포지션 특성상 두 선수가 필요한 때는 언제든 올 수 있다. 그들의 개인 장비는 중 일부는 대전 홈구장에 남아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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