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나경민의 포효, "미친놈처럼 하고 싶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23 06: 16

롯데에 새로운 '리드오프' 자원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2년차 외야수 나경민(26). 나경민은 콘택트 능력과 빠른 발은 물론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나경민은 22일 고척 스카이돔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2도루로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연패에 빠져있던 롯데는 나경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넥센을 3-2로 꺾었다.
나경민은 지난해 여름, 깜짝 등장했다. 팬들은 타석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투수를 응시하는 나경민의 눈빛에 환호했다. 그러나 나경민은 타석을 거듭할수록 투수들 공략에 실패하며 데뷔 시즌을 타율 2할3푼2리(56타수 13안타), 3도루, 3도루실패로 마쳤다.

그러나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등 기대를 받으며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 3타점, 3도루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보다 훨씬 나은 페이스.
나경민은 22일 경기 후 "기회를 많이 얻는 입지가 아니다. 이런 순간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로 나경민은 21일 경기 전, 중견수 선발출장이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조원우 롯데 감독은 경기 전, 중견수를 이우민으로 낙점했다. 나경민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 타격 연습 때 (이)우민이 형의 감이 워낙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적은 기회. 나경민이 택한 방법은 정공법이었다. 나경민은 "자신 있게 즐기면서 내 장점을 보여주는 데 신경썼다"라고 밝혔다. 이날 경기 나경민은 1회부터 적극적으로 상대 베이스를 훔쳤다. 경험이 적은 포수 주효상은 나경민을 상대로 제대로 볼 한 번 뿌리지 못하고 도루 두 개를 내줬다. 주효상만 탓하는 건 무리였다. 1군 경험이 적은 건 나경민도 마찬가지였다.
5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1번타자로 나선 나경민. 그는 개인 기록보다 팀 분위기 상승에 신경썼다. 그는 "연패 중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지를 거듭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였다. 나경민은 5회 무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섰고 기습 번트를 댔다. 타구가 3루 선상 바로 옆에 머물 만큼 절묘한 번트였다. 포수 주효상이 급히 잡아 1루로 뿌렸지만 나경민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조금 더 빨랐다. 나경민은 1루 세이프 판정 직후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경기장의 공기를 롯데 쪽으로 달구는 '오버액션'이었다.
나경민은 "의식 반, 본능 반으로 나온 포효였다"라며 "팀 분위기가 다운된 상황에서 그런 액션 하나가 미치는 힘은 크다. 오재원(두산) 선배 같은 선수들이 그러지 않나. 소위 '미친 놈'처럼 팀 분위기를 띄우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2013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김주찬이 KIA로 이적하면서 '리드오프' 자리가 텅 비었다. 이후 전준우부터 손아섭 등 많은 후보들이 1번타순에 기용됐지만 모두 마뜩찮았다. 갈증이 오래됐던 만큼 나경민을 향한 반가움이 큰 상황이다. '대도' 전준호(현 NC 코치) 이후 전형적인 '쌕쌕이' 유형의 첫 등장인 셈.
나경민은 끝으로 "내가 4번타자로 나설 건 아니지 않나"라며 "1번이나 2번으로 주로 나설 텐데,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그의 표현처럼 주전 자리가 보장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뛰는 야구를 선호하는 조원우 감독의 스타일상 나경민은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고작 2년차. 그러나 나경민은 팀 분위기를 이끌며 타고난 스타기질을 맘껏 뽐내며 눈도장을 제대로 찍고 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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