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분석] 뉴S존 표본 안정화, '삼진의 시대' 도래하나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24 13: 00

삼진의 시대가 도래할까.
올 시즌 KBO리그는 팀 당 20경기씩 치렀다. 우천 취소가 한 차례, 그것도 전 구장에서 나란히 있었던 덕에 매일 다섯 경기씩가 함께 치러지는 중이다.
약 7분의 1이 지난 시점. KBO리그에 눈에 띄는 변화가 한 가지 생겼다. 삼진이 늘고 볼넷이 줄었다는 점이다. 삼진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주된 이유다. 지난해부터 올 시즌 초까지 65경기 연속 출루 신기록 행진 중인 김태균(한화)은 "위아래만 넓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좌우 역시 똑같이 넓어졌다.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이 넓어졌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 삼진의 시대 - 삼진 늘고 볼넷 줄다
2017시즌 삼진률은 18.9%다. 아직 7분의 6의 시즌이 남았지만, 역대 최고다. KBO리그 통계 전문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단일 시즌 삼진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5시즌(16.6%)이다. 올 시즌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NC가 21.1%로 가장 높으며 롯데(20.6%)와 삼성(20.4%)이 그 뒤를 따른다. 세 팀 모두 20%를 상회한다. 다섯 타석 중 한 번은 삼진을 빼앗기는 꼴. 역대 단일 시즌 팀 삼진률 20%를 넘긴 건 2002년 한화(21.0%), 2015년 롯데(20.9%), KIA(20.7%)뿐이다. 이들이 KBO리그 역사에 남을 불명예를 쓸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포인트다.
반면, 올 시즌 볼넷 비율은 7.9%로 낮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올해는 1983년(7.8%) 이후 두 번째로 적은 볼넷이 나오는 시즌이 될 것이다. 두산은 '눈 야구'의 힘이 무섭다. 올 시즌 10.4%의 볼넷 비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에도 10.3%의 볼넷 비율을 기록했던 팀다운 모습.
삼진이 많아지고 볼넷이 적어진다. 심판진이 개막을 앞두고 천명했던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와 관계가 있는 대목이다. 어쩌면 삼진의 시대가 도래하며 투고타저의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
미국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타자 기록이 안정화되는 최소 표본(sample size)을 제시했다. 가령 한 경기서 3타수 3안타를 때려낸 선수라도 시즌 내내 10할 타율을 유지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 표본이 쌓인 다음에야 그 선수의 기록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에 따르면 타율이 안정화되기까지는 910타수가 필요하다. 또한 홈런 비율을 신뢰하려면 170타석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삼진 비율은 가장 적은 60타석 만에 안정화된다.
팀 당 20경기씩 치른 시점, 각 팀의 '주전 타자'들은 대부분 60타석 이상 들어섰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표본이 안정화'된 것. 올 시즌 삼진의 시대에 한몫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 스크럭스&러프 비슷한 삼진률, 다른 처지
올 시즌 새 외국인 타자는 총 6명. 그 중 11타석만 소화한 채 퓨처스리그에서 '개점휴업' 중인 대니 워스(SK)를 제외한 다섯 명은 모두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60타석을 돌파했다.
현재 KBO리그 삼진률 전체 1위는 삼성 다린 러프(28.8%)다. 그 뒤를 LG 오지환(25.9%)과 NC의 재비어 스크럭스(25.0%)가 따르고 있다. 조니 모넬(kt)은 24.3%, 앤디 번즈(롯데)는 21.4%의 삼진률을 기록 중이다. 로저 버나디나(KIA)는 18.4%의 삼진률로 새 외국인 타자 중 유일하게 20%를 넘지 않았다.
하지만 삼진률이 높다고 무조건 성적이 나쁜 건 아니다. 올 시즌 러프는 이름 그대로 '러프한 타격'으로 타율 1할5푼(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에 그치고 있다. 삼진 21개를 얻는 동안 볼넷은 9개를 골랐다.
반면 삼진률 25%를 넘는 스크럭스는 타율 2할9푼4리, 6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전임자 에릭 테임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건 테임즈가 '역대급'이었기 때문이다. 삼진 22개를 빼앗겼지만 볼넷도 17개를 골랐다.
▲ 최형우의 삼진 감소, 박용택은 '삼진택'?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 탓일까. 국내 선수들 중에서도 삼진률이 눈에 띄게 달라진 선수들이 있다. 눈에 띄는 건 KIA의 3인방 최형우와 김주찬, 김주형이다.
최형우는 지난 4시즌 평균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전형적 거포'다. '삼진은 홈런타자에게 세금과 같다'는 말처럼 매년 10%대 중반의 삼진률을 기록했다. 연 평균 삼진률 역시 14.2%대. 하지만 올 시즌 삼진률을 8.43%까지 떨어뜨렸다. 대폭 줄어든 건 아니지만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오히려 더 강해진 모습이다. 통산 삼진률 14.9%로 최형우와 비슷했던 김주찬 역시 올 시즌 8.6%로 순항 중이다. 김주형 역시 지난해까지 평균 20%대의 삼진률을 기록 중이었지만 올 시즌 10.6%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최저 삼진' 김성현(SK)은 점점 삼진을 덜 당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평균 10.1%의 삼진률을 기록했던 김성현은 올 시즌 62타석에서 단 두 번 삼진으로 물러났다. 삼진률은 무려 3.2%에 달한다. KBO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덜 당하는 타자는 김성현이다.
반대로 삼진률이 훌쩍 뛴 선수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박용택(LG)이다. 박용택은 정교한 콘택트 능력을 앞세우는 유형의 타자. 데뷔시즌이던 2002년 25.7%의 삼진률을 기록한 걸 제외한다면 매년 10%대 초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 시즌 24.7%로 삼진률이 훌쩍 뛰었다.
삼성의 '젊은 사자' 구자욱 역시 비슷한 케이스. 구자욱은 지난해 13.7%였던 삼진률이 올해 23.3%로 약 10% 가까이 뛰었다. 언제든 3할 타율을 기대할 수 있는 박용택과 구자욱의 늘어난 삼진은 타고투저 약화를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 /ig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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