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허정협의 희망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4.25 06: 18

강정호부터 박병호, 서건창과 김하성까지. 야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넥센이 또 하나의 히트작을 내놓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19) 얘기냐고? 아니다. 바로 허정협(27) 이야기다.
프로 3년차 허정협은 지난해까지 1군 무대를 단 17경기에만 나섰다. 성적은 초라했다. '거포형' 선수로 꼽혔지만 타율 2할1푼7리(23타수 5안타)에 무홈런이었다.
올 시즌 확 달라졌다. 허정협은 17경기서 타율 3할4푼7리 5홈런 13타점으로 넥센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하위타선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야금야금 올라 지금은 5번타순을 맡고 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인터뷰 때마다 허정협 칭찬에 여념이 없다. 장 감독은 "솔직히 옆에서 보면 달라진 거라고는 딱 하나다. 바로 자신감이다"라며 "본인 스스로 야구가 절실한지 강병식 타격코치 옆을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본다"라며 기특한 마음을 드러냈다.
장 감독은 "언젠가 견제나 분석을 당해 성적이 떨어지는 날이 올 거다. 그때도 지금처럼 기죽지 말고 자기 스윙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요즘 야구할 맛이 난다는 허정협. 다음은 일문일답.
- 요즘 야구할 맛이 나겠다.
▲ (웃음) 그렇다. 열심히 하는 건 변함없지만 설레고 기쁘다.
- 장정석 감독이 달라진 점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기술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 맞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너무 편하게 해주신다. 그전까지는 조급했고 그래서 결과가 안 좋았다. 편하게 만들어주시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1군 감독님께서 '편하게 하라'는 이야기가 크게 다가왔다.
- 바꿔 말하면 작년까지는 많이 쫓겼다는 뜻인가?
▲ 그렇다. 대타로 나서면 한 타석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부담감이 많았다. 퓨처스리그에서도 경기에 많이 나서면서 성적이 좋아졌던 건데, 1군에서는 다르니까.
- 캠프 전부터 철저한 준비한 게 장정석 감독 눈에 보였다던데.
▲ 캠프 시작 전부터 '올해가 기회다'라고 느껴졌다. 내가 캠프를 가게 되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물론 기술 훈련까지 하루도 안 쉬었다. 연습을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 강병식 타격코치를 매일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본다고.
▲ 기술적인 부분을 여쭤본다. 코치님을 귀찮게 만든다. (웃음) 코치님은 먼저 다가와주지 않는다. 코치님을 찾아뵙는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말씀해주시는 스타일이다.
- 수비에 대한 부담은 없나?
▲ 경기에 나서면서 조금씩 늘고 있다. 외야 경험이 많지 않아 몸을 날려 잡을 때는 적응이 안 된다. 21일 경기에서는 어수룩했다.
- 타순이 오르고 있다. 클린업트리오에 대한 부담감은?
▲ 전혀 없다. 경기에 나선다는 자체가 감사한 일이니까.
- 계속 경기에 나서면 30홈런을 때릴 타자가 될 거라고 하더라. 30홈런은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의 상징 아닌가.
▲ 이 페이스대로면 가능할 것 같지만 1군이 처음이다. 페이스가 확 떨어질 수도 있고, 컨디션이 나빠질 수도 있다. 기록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직 없다.
- 견제가 심해지면 그걸 대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 그렇다.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 체력적인 것도 가장 크니까 몸 관리 잘해야 한다. 상대 투수가 나를 어떻게 승부하는지 구체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그러면 큰 문제 없을 거 같다.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 주로 어떤 선수에게 물어보나?
▲ (김)민성이 형을 엄청 따른다. 친구인 (서)건창이도 그렇고. 다들 너무 잘해준다. 감사드린다는 이야기 꼭 적어달라. (웃음)
- 스프링캠프 떠날 때 올 시즌 목표가 뭐였나?
▲ 1군에 오래 있는 것. 그 하나만 보고 간절히 연습했다. 1군에 올라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그것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했다. (이제 목표가 높아졌나?) 아직은 아니다. 여전히 고척 스카이돔에서 야구하는 게 신기하고 낯설다.
- 캠프 때 자신감을 가진 계기가 있나?
▲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쳤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1군 선수들 공으로도 홈런을 때리다니.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팀 동료 이정후와 함께 신인왕 후보로 꼽히고 있다.
▲ 그건 시즌 막판 때나 알 수 있다. 내가 지금 '받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것도 웃기다. 물론 주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지만. (웃음) 내가 끝까지 잘 해야 받는 거다. 이제 시즌 초반이고 경기 수가 얼마 안 되는데…. 그래도 언급되는 자체가 감사하다.
- 다른 신인 선수들과 달리 변화구에 크게 약점이 없다.
▲ 퓨처스리그에서는 변화구 압박을 못 받았다. 지난해에는 심리적으로 급해서 변화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는 적이 많았다. 1군 기회가 늘어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까 변화구 대처도 좋다.
- 상대했던 투수 중 가장 인상 깊던 선수는?
▲ 양현종 선배님. 공이 정말 좋더라. 양현종 선배 말고도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각 팀 1~2선발 투수들은 다들 엄청나더라.
- 장정석 감독은 내리막이 와도 '삼진 당해도 된다. 자기 스윙해라'라고 하는데, 선수 입장에서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 삼진은 당연한 게 아니다. 감독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타석에서는 매 순간 집중할 거다.
- 꿈꿔왔던 순간이 있다면?
▲ 어릴 때부터 프로 선수에 대한 꿈과 열망이 강했다. 어릴 때 직관으로 야구장도 많이 찾았다. 오랜 시간 꿈을 그리면 그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1군에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겠다는 꿈이 간절했다. 지금은 그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
- 롤 모델은?
▲ 넥센 입단 전부터 강정호 선배였다. 타격을 정말 배우고 싶었다. 또 공수주 모두 잘하는 이택근 선배도 동경했다. 나 역시 공수주 모두 능하고 싶다.
- 30홈런과 20-20 타자 중 어느 쪽이 욕심나는가?
▲ 30홈런. 그게 나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뛰는 야구보다는 장타 욕심. 걸음이 느리지는 않지만 타석에서 더 집중해서
- 이제 고척 스카이돔 주변 지나다니면 팬들이 많이 알아볼 것 같다.
▲ 인기가 조금씩 실감난다.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지금 막 실감나는 이 느낌을 기억해서 변하지 않고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모습 보이겠다.
- 스스로를 소개한다면?
▲ 매 타석 간절하게 임하는 선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는 걸 싫어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힘이 있는 좋은 타자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 데 도움 되기 위해 절실하게 임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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