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보안관' 감독, 연기경력 낮은 배정남을 캐스팅한 이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4.30 09: 16

(인터뷰①에 이어) ‘보안관’(감독 김형주)의 무대인 부산 기장은 세계적 관광지 해운대의 근처에 있지만 여행자들의 유입이 적은,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이다. 1995년 3월 기장군이 양산군에서 분리돼 부산광역시에 편입됐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낮고 비교적 크게 발전하지도 못 했다. 김형주 감독이 기장을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다.
김 감독은 최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기장이라는 곳이 원래 부산이 아니었다. 그 옆에 해운대라는 관광명소가 있고 종진이라는 인물이 사업적 마인드로 그곳을 발전시켜보고 싶은 계획, 그리고 사업가가 그곳에 흘러들어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자본에 의해)균열되는 과정이 잘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기장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보안관’이 범죄 액션 장르임에도 훈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정겨운 사투리를 쓰는 ‘아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부대끼며 살며 서로의 집에 있는 숟가락 갯수까지 꿰차고 있는 기장 토박이들이다. 영화를 보는 웃음의 8할 이상이 아재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시너지에서 나온다. 제작진은 정 많고 의리 깊은 지역 주민들을 맡을 연기자로, 부산 토박이의 정서를 풍길 수 있고 사투리의 억양이나 발음도 어색하지 않은 경상도 출신 배우들을 찾았다.

‘범죄와의 전쟁’ ‘미생’의 김종수가 1년 365일 트레이닝복만 입는 맏형 용환, ‘내부자들’ ‘도깨비’의 조우진이 행동대장 선철, ‘군도’와 ‘롤러코스터’의 임현성이 정수기 사장 강곤, 그리고 모델출신 배정남이 입만 열면 깨는 에어컨 가게 주인 춘모 역을 각각 맡았다.
사실 배정남은 연기 경력이 전무한 데다 배우로서 연기력이 검증 되지 않았기 때문에 캐스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제작진으로서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을 터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뚫고 나온 듯한 높은 싱크로율로 캐스팅했다고.
김 감독은 “춘모라는 역할 자체가 허우대는 멀쩡한데 어딘가 하나 부족해보이는 인물로 설정을 했다. 그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를 뽑기 위해 오디션이나 미팅을 했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었다”면서 “주변 권유로 배정남을 만나봤는데, 마치 시나리오에서 튀어나온 듯 잘 어울렸다”고 배정남이 춘모 역에 적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정남이 처음에 대사를 읽었을 때 되게 긴장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평소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사람들과 리딩을 할 때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줘서 자유롭게 연기가 나오도록 했다”면서 “좋은 방법이 ‘shot’이라는 말을 안 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해야 배우의 가장 최상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배정남은 지난 26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튿날 오후까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김형주 감독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물론 저 역시 배정남이라는 사람이 신선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며 “배정남이 낯을 가리지만 같이 나갔던 출연진이 든든해서 본모습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보안관’의 관전포인트로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을 꼽았다. 기존 작품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이성민이 아재로 변신한 것과,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았던 조진웅과 김성균이 그것에서 확장된 캐릭터로서 호연했다고 설명했다. 좋은 결과물의 비결은 감독만의 역량이라기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합의를 하는 소통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선하고 새로운 스타 배우들과 달리 중심을 잡는 아재 배우들이 중후한 멋과 느낌을 가졌으니 호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가 대본을 쓰고 준비를 할 때는 ‘아재파탈’이란 얘기가 나오진 않았었다. 촬영 후 그런 얘기가 나와서 제 입장에서는 고무적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황금 연휴'를 앞두고 대세 배우들이 만난 ‘보안관’에 대한 예비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 영화는 5월 3일 개봉하는데, 같은 날 기대작 애니메이션 ‘보스베이비’가, 전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가 출격한다. 이에 김 감독은 “흥행은 제 관할이 아닌 하늘의 뜻”이라고 말을 아꼈다.
“주변에서 의견을 많이 제시하지만 마지막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옆에서 봐왔지만 그 부담감이 상상 이상이다. 그래서 선배들이나 스태프에게 나눠드렸다.(웃음)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윤종빈 감독에게도 조언을 구했는데,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이) 잘 도와줄 거라고 하시더라. 정말로 다들 같이 고민을 들어주시고 나서서 해결해주셨다. 95% 만족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및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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