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러치슈터’ 양희종, ‘터지면 곧 우승’ 공식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4.28 06: 02

빅타임에는 항상 양희종(33·KGC)의 슛이 터진다. 그리고 곧 우승이 따라온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26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88-82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를 2승 1패로 리드한 KGC는 구단 첫 통합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KGC는 3쿼터까지 64-7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4쿼터 터진 선수는 삼성이 예상치 못한 양희종이었다. 양희종은 결정적인 3점슛 두 방과 자유투 2개를 쓸어 담아 8득점을 올렸다. 4쿼터 누구보다 많은 득점이었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는 후배들의 기를 살렸다. 결국 KGC가 15점 차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뒀다. 키퍼 사익스가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라 의미가 더 크다.

이날 양희종은 13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전천후 활약을 했다. 특히 승부처에 터진 3개의 3점슛이 역전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2차전 합계 8점에 그쳤던 양희종이 3차전 4쿼터에만 8점을 몰아쳤다.
양희종은 삼일상고시절 평균 20점을 가뿐히 넘기는 초고교급 득점원이었다. 무릎을 다치기 전까지는 운동능력을 활용한 득점도 발군이었다. 연세대진학 후 팀사정상 파워포워드를 맡으면서 플레이스타일이 점차 변했다. 공격보다 수비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의 슈팅은 좋은 편이었다. 2007년 국가대표팀에서 양희종은 상대 에이스를 전담으로 묶으며 공격에서도 제1옵션을 맡았다. 프로초창기까지도 양희종은 좋은 슈터였다.
하지만 어느새 부턴가 양희종에게 ‘슛이 없는 선수’라는 불편한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워낙 수비를 잘하다보니 공격의 비중이 차츰 줄었고, 슛 시도횟수가 줄면서 슈팅감각도 다소 기복을 보였다. 팬들 사이에서 '수비만 잘하는 선수'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정규시즌 양희종은 26.7%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클러치타임에 양희종만큼 놔두면 위험한 선수가 또 없다. 2012년 챔프전에서 KGC는 동부에게 1승 2패로 끌려갔다. 4차전에서 양희종은 13점을 몰아넣어 승리에 기여했다. 5차전서도 양희종은 3쿼터에만 13점을 몰아넣으며 득점력을 과시했다.
백미는 6차전이었다. 64-64로 맞선 경기종료 10초전. 양희종은 윤호영의 수비를 따돌리고 투스텝 점프슛을 던졌다. 공이 백보드를 맞고 골대에 빨려들었다. KGC에게 첫 챔프전 우승을 안긴 결승득점이었다. 양희종은 포효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도 명승부였다. 필리핀과 4강서 붙은 한국은 문태종의 38점쇼로 16점차 열세를 뒤집고 97-95로 이겼다. 양희종은 88-89로 뒤진 종료 59.4초 전 직접 골밑을 파고들어 슛을 성공시켰다. 이후 양희종의 결정적 3점슛이 터져 한국이 승세를 잡았다.
양희종은 이란과의 결승전 후반전에서도 결정적인 팁인슛 성공에 이어 추가 파울까지 얻어내 한국의 대역전승에 기여했다. 양동근의 3점슛과 김종규의 골밑슛이 터진 한국이 79-77로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챔프전 미디어데이서 이상민 감독은 “(양)희종이만 빼고 다 막겠다”면서 농담을 했다. 실제로 다른 선수에 비해 양희종에 대한 외곽수비가 다소 느슨한 것이 사실이다. 보란듯이 양희종은 챔프전에서 경기당 1.7개의 3점슛을 45.5%의 성공률로 해결하고 있다. 결코 놔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양희종은 “삼성에서 이정현, 오세근, 사이먼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나온 것 같다. 수비를 분산시키고 싶었다. 선수들과 즐기면서 우리 농구를 하자고 이야기 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가뜩이나 득점원이 다양한 KGC다. 삼성은 이제 클러치타임에서 터지는 양희종의 슛까지 신경쓰지 않으면 안 된다. 양희종이 다시 한 번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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