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은 멋있었고 박명수는 솔직했다. 상반되는 두 캐릭터를 고스란히 살리면서(어느 한 쪽도 비호감으로 비춰지지 않게 만들면서) 웃음을 준 김태호 PD의 기획이 통했다.
30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여의도 일대에서 착한 술래잡기가 진행됐다. 멤버들은 자신의 행동을 따라하는 그림자를 달고 다니게 됐는데, 물어보는 질문에는 반드시 답해야 했다. 거짓말하는 경우에는 그림자가 한 명씩 늘어나는 패널티가 적용됐다.
당초 술래는 없었다. 박명수는 중도에 늘어나는 그림자를 보고 자포자기, 아예 멤버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나갔다. 이에 혼란이 가중되기 시작했고, 멤버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추격전임에도 서로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난무했고, 사소한 거짓말은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오는 9일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펼쳐진 특집. 그 만큼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았지만 예능은 예능이다. 이날 강한 웃음 한 방은 마지막에 존재했다.
유재석 대 박명수. 구태의연한 대결구도이지만 이 극명한 대립은 또 한번 시원한 웃음을 낳았다. 누구 한 명도 피를 흘리지 않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멤버들은 ‘진실의 종’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렸고 양세형, 하하, 유재석, 정준하, 박명수에게질문이 주어졌다. 질문은 ‘상금 300만원을 기쁘게 기부한다’였다. 멤버들은 대부분 “예라고 대답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지며 물벼락을 맞았다.
주목된 유재석의 대답. 유재석은 너무나 의연한 태도로 "예"라고 대답했다. 판명은 진실이었다. '정말 너무한다'란 멤버들의 토로가 쏟아졌고, 시청자들은 안도(?)했다. 미담제조기, 양심의 아이콘 유재석은 유재석이었다.
반면 박명수는 같은 질문에 '당당히' "아니오"라고 말했다. 결과는 진실. 박명수의 미덕은 남들이 전부 "예스"라고 할 때 혼자서만 "노"를 외칠 수 있는 솔직함과 대담함이다. 유재석의 "예"가 동경이라면 박명수의 "아니오"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이었다.
유재석과 박명수는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에 더욱 빛날 수 있었고 웃음을 줄 수 있었다. 마치 동전의 앞뒷면 같은 두 사람의 극명한 대비를 큰 그림으로 이끈 김태호 PD의 능력이 다시금 볼 만 했다. / nyc@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