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2실점' kt 정성곤, 벌투인가 아닌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5.06 05: 30

어린이날 참사였다. 
kt 3년차 좌완 투수 정성곤(21)에게 5일 대전 한화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5이닝을 던지는 동안 홈런 1개 포함 안타 15개를 얻어맞으며 사사구 2개를 더해 12실점으로 난타당한 것이다. 12실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실점으로 KBO리그 역대를 통틀어도 공동 4위에 해당한다. 
▲ 정성곤의 외로운 투구

1회 삼진 2개를 잡으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정성곤은 2회부터 무너졌다. 2회 양성우에게 선제 적시타를 맞은 뒤 차일목에게 기습적인 번트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김회성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더니 정근우에게 만루 홈런을 맞았다. 3회에도 안타 4개, 볼넷 1개를 묶어 추가 3실점했다. 3이닝 8실점. 
4회를 실점 없이 막은 정성곤은 투구수 80개 상태에서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안타 5개와 희생플라이 1개를 더해 또 다시 4실점했다. 실점이 10점-11점-12점으로 늘어났지만, kt 벤치는 움직임이 없었다. 정성곤은 101구를 던지며 5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서 내려갔다. 어린이 날 악몽이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벌투'에 해당한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 한화 쪽으로 있었고, 투수 정성곤은 전의를 상실한 상태에서 한화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맞았다. 최고 145km 직구(50개) 구위는 좋았지만 체인지업(31개)·슬라이더(13개)·커브(7개) 등 변화구의 제구가 되지 않았다. 직구 힘도 갈수록 떨어졌다. 
▲ 투구수 채우기, 불펜 아끼기
kt는 지난 3월23일 고척 넥센전 시범경기에서 주권이 4이닝을 16피안타(3피홈런) 1볼넷 15실점으로 벌투 논란이 한 차례 있었다. 그때는 시범경기이고, 투구수 90구(92개)에 맞춰 컨디션 조절에 의미를 뒀다. 그러나 주권은 정규시즌인 지난달 11일 고척 넥센전에도 4⅓이닝 10피안타(2피홈런) 2볼넷 1사구 2탈삼진 9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바 있다. 당시 투구수는 84개. 
또 다른 좌완 투수 정대현도 지난달 20일 수원 KIA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3볼넷 1사구 8실점으로 무너진 바 있다. 투구수는 97개. 김진욱 감독은 선발투수들이 경기 초반 대량 실점을 최대한 예정된 개수를 채워나가는 방법으로 운용 중이다. 두산 감독 시절에도 베테랑 투수 김선우가 지난 2012년 4월8일 잠실 넥센전에서 4⅓이닝 동안 9실점하며 96구까지 투구했다. 
기본적으로 김진욱 감독은 불펜 부담을 최소화하는 야구를 추구한다. kt는 4일 수원 롯데전에서 배우열(2⅔이닝·48구) 홍성용(1이닝·9구) 엄상백(⅔이닝·10구) 이상화(⅔이닝·14구) 김재윤(⅓이닝·1구) 등 5명의 불펜투수를 소모한 상태였다. 엄상백과 이상화는 2연투 중이었고, 배우열의 투구수도 많았다. 그렇다고 팀 내 최다 14경기를 등판한 심재민을 쓸 수도 없었다. 한화와 남은 주말 2경기를 생각하면 불펜을 아낄 필요가 있었다. 정성곤이 교체된 후 kt는 배제성(3이닝) 한 명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144경기 장기레이스,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필수다. 
▲ 대량실점 투구, 성장 동력 될까
그동안 KBO리그에서 숱한 벌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김성근 한화 감독은 시범경기 때 주권의 15실점 다음날 "투수는 그런 상황에서 누구나 열이 받지만 얻어맞으면서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감독은 그걸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컨트롤도 잡히고, 완급 조절을 하게 된다. 안 좋음 속에서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도 투수를 놓아두는 것이다. 투수가 싫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며 벌투 논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kt 김진욱 감독이 정성곤에게 기대하는 부분일 수 있다. 지난 2015년 2차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입단한 정성곤은 3년간 1군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날 12실점 고난의 투구가 언젠가 밑거름이 되길 바랄 것이다. 
정성곤에 앞서 삼성 2년차 우완 최충연도 지난달 27일 광주 KIA전 선발 4⅓이닝 13피안타(1피홈런) 3볼넷 12실점으로 난타당한 바 있다. 당시 최충연의 투구수는 104개로 100구를 넘긴 후 교체됐다. 최충연은 다음 경기였던 3일 대구 두산전에도 2이닝 4피안타(2피홈런) 2볼넷 6실점으로 무너졌고 이튿날 2군으로 내려갔다. 정성곤의 다음 등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